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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돈 자랑하다 '집안 폭삭'…조부 재산 물거품 만든 손녀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입력 2023.10.12 04:09 수정 2023.10.12 04:09

돈이 많다며 공개적으로 자랑한 손녀 탓에 부정 축재가 들통난 중국 퇴직 간부가 공산당에서 제명되고 재산을 몰수당했다.


ⓒ웨이보

11일 중국신문망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광둥성 선전시 기율위원회·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는 전날 선전시 교통국 화물운수관리분국의 전 분국장 중겅츠(75)의 당적을 박탈하고 불법 취득한 소득을 몰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부정 축재 등 심각한 기율·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해 처벌하기로 했다.


올해 75세로 2007년 11월 퇴직한 그는 은퇴 16년 만에 부정 축재로 처벌받게 됐다. 그의 반부패 혐의가 드러난 것은 그의 손녀 베이지녠위가 소셜미디어(SNS)에 집안의 부를 과시하면서다.


지난 3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북극 메기'라는 필명의 한 네티즌은 그의 가족 7명이 호주에 이민한 사실을 알리며 "우리 집의 막대한 재산은 많은 중국인이 제공한 것"이라며 "내가 어떻게 중국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글을 올렸다.


이어 "내가 아는 것은 우리 집 재산 규모가 아홉 자릿수(1억 위안·약 184억원)라는 것"이라며 "가고 싶은 나라가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했다.


또 이를 지적하는 네티즌에게 "살찐 돼지는 개숫물만 먹는다"며 "나를 욕하는 사람이 1년 동안 번 돈을 나는 하루 만에 다 써버린다" "집안에 청장급 이상 간부가 없는 사람은 나를 욕할 자격이 없다"고 되받아쳤다. 또 본인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을 올리며 "횡령한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바이두

그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네티즌들은 그가 중겅츠의 손녀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중겅츠는 현지 언론에 "집에 아홉자리 숫자의 돈이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퇴직할 때까지 성실하게 일했는데 손녀의 철부지 행동 때문에 망연자실하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또 "상부에 해명했고, 엄격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내가 속했던 조직의 명예와 손녀의 학업에 영향을 줄까 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해명에도 논란이 확산하자 선전시 교통국은 진상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6개월 뒤인 지난달 "정보 공개 조례의 규정에 따라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당국의 대응이 중겅츠의 비리를 비호하는 것이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기율감찰위는 중겅츠의 부정 축재 사실을 확인하고 처벌 절차에 착수했다.


중국 매체들은 이번 사건을 크게 다뤘다. 특히 당 기관지와 관영매체들은 공직자들의 부패와 공직 기강 문제를 꼬집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평론을 통해 "북극 메기 사건에 대한 당국의 조치는 부패 분자는 퇴직 이후에도 편하게 잠자리에 들 수 없으며, 부패의 꼬리는 언젠가는 잡힌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도 '퇴직은 부적이 아니고, 반부패(反腐)는 멈춰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강력한 반부패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정부패 인사는 아무리 깊이 숨어도 대중의 눈을 피할 수 없고 당의 기율과 국가의 법률을 피할 수 없다"며 "당의 간부는 항상 스스로를 돌아보고 엄격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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