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침묵 깬 강백호, 포효는 언제쯤? [항저우 AG]
입력 2023.10.04 09:44
수정 2023.10.04 09:51
강백호(25·KT)가 일단 침묵은 깼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3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2구장에서 펼쳐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B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태국을 17-0 대파, 5회 콜드게임 승을 따냈다.
최약체 태국을 상대로 선발 나균안 호투(4이닝 4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속에 윤동희 3타수 2안타 3타점, 최지훈 2타수 1안타 4타점, 노시환 2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기다렸던 강백호의 아시안게임 첫 안타도 이날 나왔다. 태국전에서도 삼진-뜬공으로 물러났던 강백호는 4회말 무사 2,3루 찬스에서 맞이한 세 번째 타석이자 이날 경기 마지막 타석에서 2루수 옆을 빠져나가는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강백호의 이번 대회 첫 안타이자 첫 타점이다.
마운드의 높이가 낮은 태국을 상대로 뽑은 첫 안타와 타점이지만, 침묵하던 강백호에게는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강백호는 앞선 2경기에 모두 4번 타자로 출전했지만 1개의 안타도 뽑지 못했다. 1일 홍콩전에선 상대 투수의 느린 공을 공략하지 못한 채 4타수 무안타 3삼진을 기록했다. 너무나도 중요했던 대만전에서도 4번 타자로 나섰지만, 4타수 무안타 1삼진에 그치며 실망을 안겼다.
극심한 타격 부진을 지켜보던 류중일 감독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태국전에서 강백호를 4번이 아닌 6번으로 내렸다. 4번 자리에는 대만전에서 2루타 친 노시환을 배치했다.
태국전 콜드게임 승리 뒤 강백호는 “선수들에게 미안했다. 4번 타자 역할을 못해서 어린 선수들에게 큰 짐을 준 것 같다”며 “마지막 타석에서 운 좋게 적시타가 나왔다. 이것을 계기로 더 중요한 경기에서 팀에 보탬이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2018년 신인왕을 수상하며 ‘야구천재’로 불리기도 했던 강백호는 유독 대표팀에만 합류하면 ‘껌 파문’, ‘어이없는 주루사’ 등 묘한 상황에 놓이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성적이 나빴던 것은 아닌데 논란에 거듭 휘말리면서 질타를 듣다보니 자신감을 잃었다.
여파는 올 시즌 KBO리그에서도 미쳤다. '아리랑 송구' 논란으로 야구팬들로부터 거센 질타를 들었던 강백호는 지난 6월 감기몸살, 피로 누적 등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표면적인 이유는 몸 상태라고 하지만 심경이 복잡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불방망이를 과시하며 살아났다. 그만큼 아시안게임에서 강백호에게 거는 기대 또한 커졌다. 프로 데뷔 6년차로서 대표팀의 중심 선수다. 선배 보다는 후배들이 훨씬 많고, ‘MVP’ 이정후가 빠진 상황에서 강백호의 책임과 역할은 더 커졌다. 기대치를 생각하면 강백호의 현재 성적표는 내놓기 어렵다.
강백호 말대로 정말 중요한 경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금메달이 아니면 실패”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한국 야구대표팀은 슈퍼라운드에서 중국과 일본을 연파해도 자력 결승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조별리그에서 중국이 일본을 1-0으로 제압하는 이변까지 일어나 더 어수선하다. 슈퍼라운드에서 당연한 1승 상대로 여겼던 중국의 전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만전 패배로 인해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생각지도 않은 부담을 하나 더 떠안게 된 모양새다.
중국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자칫 대만이 슈퍼라운드에서 중국이나 일본에 져 물고 물리는 양상을 띠면 한국은 일본-중국을 모두 이겨도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따라서 슈퍼라운드에서는 최대한 점수를 많이 뽑고, 실점을 최소화해야 결승 희망을 품을 수 있다.
한국·일본·대만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슈퍼라운드에서 나란히 2승1패를 기록, 득실차 격인 'TQB(Team Quality Balance)'에 의해 희비가 엇갈렸다. 대만전 영봉패로 인해 짜릿한 승리 이상의 대승이 절실한 순간이다. 강백호와 같은 중심타자들의 역할이 너무나도 절실한 시기다.
대표팀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한 야구 관계자는 “강백호가 포효해야 팀 분위기가 살아난다”고 말한다. 강백호가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위기에 놓인 한국 야구대표팀을 건져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