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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병주식 ‘공격축구’의 조용한 반란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8.09.2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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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병주 감독이 이끄는 대구는 화끈한 공격을 앞세워 K-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K리그에서 과연 진정한 의미의 공격축구는 가능할까?’

1승에 목을 매달고, 빅클럽들에 비하여 재정상태도 열악한 지방 시민구단에게 공격축구는 과연 백일몽일 뿐일까. 그 의문에 대답을 원한다면 대구 FC를 주목해야한다.

올 시즌 현재 대구의 정규리그 성적은 8승 1무 11패(승점 25), 전북에 골득실차로 뒤진 9위다. 컵대회에서는 조별리그 3승 2무 5패(승점 11)로 이미 6강 PO행이 좌절된 상태지만, 정규리그에서는 6경기를 남겨둔 지금 플레이오프 진출선인 6위 인천(승점 28)과는 3점차로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대구 FC에는 ‘골 가뭄’이나 ‘잠그기’ 같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변병주호’는 정규리그 20라운드까지 현재 41골을 몰아넣으며 현재 당당히 리그 팀 득점 1위에 올라있다. 컵대회에서 기록한 16골을 합치면 무려 57골이다. 올 시즌 총 30경기를 치르는 동안 대구가 무득점에 그친 경기는 단 3게임(정규리그 1회, 컵대회 2회)밖에 없다.

득점도 많았지만, 실점은 더 많다. 대구는 정규리그에서 47골을 실점했고, 컵대회에서는 19골을 내줬다. 대구의 경기에서는 올 시즌 정규리그 평균 4.4골(총 88골)이 터졌고, 컵대회서는 3.5골(35골)이 나왔다.

어떤 팀이 이기든 대구의 경기에서는 최소한 3~4 골 이상 득점이 터지는 장면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골 결정력 부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국가대표팀도 골 넣는 DNA에 있어서만큼은 변병주 감독에게 한 수 가르침을 받아야할 만큼, 대구의 공격축구는 단연 돋보인다.

대구에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스타플레이어는 국가대표 이근호 정도뿐이고, 강팀의 이미지와도 거리가 멀다. 그러나 대구는 현재 K리그사상 가장 화끈한 공격축구를 표방하는 유일한 팀이다. 현재 K리그 토종 득점 1,2위를 달리고 있는 이근호(11골)와 장남석(10골)은 토종 콤비로서 무려 21골을 합작했다. 외국인 선수 에닝요 정규리그에서 8골을 기록했으며 컵대회에서는 9골을 기록하며 득점왕까지 올랐다.

단순히 골만 많이 터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대구의 경기는 역동적이다. 전문가들은 대구의 경기를 보고 공격수들의 실책만 아니라면 ‘골이 날 수밖에 없는 축구’를 한다고 평가한다. 이것은 기술의 차이보다 골을 만들어내려는 선수들의 적극적인 마음가짐의 차이다.

짧은 패스와 엄청난 기동력으로 공격일변도로 상대의 문전을 위협하는 변병주의 총알축구는, 성남이나 수원같이 수비가 좋은 팀들도 공격력에 한해서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불필요한 백패스나 황패스로 경기 흐름을 지연시키는 플레이가 거의 없고, 강팀을 상대하거나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공격적인 플레이를 지향한다.

물론 공격지향적인 플레이는 현대축구에서 역습을 허용하는 위험부담도 크다. 수비가 강하고 공수전환 속도가 빠른 팀들을 상대로는 대량실점을 내주는 경우도 잦다. 내용상으로는 크게 밀리지 않았지만 1-4로 대패했던 지난 포항과의 18라운드 경기가 좋은 예다. 변병주 감독도 무조건 공격만 거듭하는 우격다짐의 축구를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얇은 선수층으로 수비력까지 보강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

그러나 변병주 축구는 무엇보다 대구 FC만의 확실한 컬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대구 FC는 리그 최다 득점팀이자 최소 무승부팀이기도 하다. 올 시즌 대구의 무승부 경기는 단 3번(리그 1회, 컵대회 2회)밖에 되지 않는다. 0-0 경기는 올 시즌 아예 한게임도 없다. 축구의 단점이 무승부 경기가 많다는 점에서 대구는 ‘이기든 지든’ 화끈하게 승부를 가리는 축구를 보여주고 있다.

빠른 속도의 공격을 펼치면서도 반칙이나 카드를 받는 횟수는 K리그 14개 구단 중 최소를 기록할 정도로 깨끗한 ‘페어플레이’를 펼치고 있다는 점도 돋보인다. 오히려 K리그 특유의 거친 경기운영을 감안할 때 대구 선수들이 수비에서 반칙을 적절히 활용하는 면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그러나 변병주 감독은 약팀 감독들이 흔히 자리 보존을 위해 특색 없는 수비축구로 당장의 성적에만 연연하는 모습을 답습하기보다 팬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축구를 선택했다. 팀 성적이 상위권은 아니지만 변병주 감독에 대한 대구 팬들의 지지는 오히려 확고하다. 이근호와 장남석, 에닝요 등은 변병주 감독의 지도를 받고 K리그 최고의 스타 공격수로 성장했고, 팀은 승패를 떠나 K리그에서 ‘재미있는 축구’를 펼치는 팀으로 확실하게 각인됐다. 이것은 그저 단기간의 성적만으로 가늠할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다.

해마다 시즌이 개막할 때면 모든 구단들은 우승을 목표로 내세운다. 그러나 시즌이 끝나는 순간에 이런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팀뿐, 나머지 구단들은 쓸쓸하게 조연이 되어서 퇴장해야 하는 운명이다. 특히 막강한 모기업과 스타 선수들을 등에 업은 대도시 구단들에 비하여, 변변한 재정 지원도 받지 못하는 중소 규모의 시민구단들에게 우승은 그저 머나먼 꿈일 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K리그 14개 모든 구단들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가치가 오직 우승일까? 성남이나 수원, 서울 같은 팀들이라면 매년 우승을 목표로 싸울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팀들은 설사 우승이 아니더라도 좋은 선수들을 키워내고 지역의 축구 인프라를 활성화시켜서 작지만 경쟁력 있는 구단과 시장을 개척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사회와 마찬가지로 스포츠에서도 건강한 ‘중산층’이 많아질수록 리그의 허리가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대구에는 K리그의 다른 어떤 구단과도 차별화 되어 있는 고유의 팀 컬러가 있다. 바로 변병주식 ‘총알축구’는 성남이나 수원 같은 강팀들도 흉내 낼 수 없는 오직 대구 FC만의 트레이드마크다. 큰 시장과 대형 스타를 갖지 못한 지방 구단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확실한 비전과 색깔을 통한 철저한 ‘브랜드화’에 있음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모델이라 할만하다.

대구가 변병주식 공격축구로 올 시즌 과연 6강까지 오를 수 있을까. 대구의 도전이 성공할 수 있다면, K리그의 역사에 작지만 의미 있는 센세이션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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