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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차에서 미국 향기가…기름기 쫙 뺀 올 뉴 CR-V HEV [면허 1년차 시승기]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3.09.29 06:00
수정 2023.09.29 09:08

화려한 편의사양과 기능 대신 기본에 충실

美 시장 공략한 내구성·적재 공간·가성비

올 뉴 CR-V 하이브리드 전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H로고’부터 국내 모 브랜드의 로고를 떠올리게 하는 익숙한 일본 브랜드 ‘혼다’. 하지만 혼다의 ‘올 뉴 CR-V 하이브리드’에선 이웃 나라 일본이 아닌 태평양 건너 머나먼 이국의 향기가 풍긴다.


국내에서 살 수 있는 혼다 차량들은 혼다 브랜드를 달고 있지만, 미국 공장에서 만들어진 미국 차다. 그중 CR-V는 6세대에 걸쳐 30여년 간 미국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 시장을 겨냥한 올 뉴 CR-V 하이브리드는 혼다 SUV 라인 중 가장 대표적인 모델로 이달 국내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올 뉴 CR-V 하이브리드 측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지난 25일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서 올 뉴 CR-V 하이브리드를 1시간 가량 시승해봤다.


‘좋아하면 헷갈리게 안 한다’. 연애 시장에서 유명한 공식(?)이다. 올 뉴 CR-V 하이브리드를 이 공식에 대입하면 ‘안전하면 헷갈리게 안 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요즘 신차라면 눈이 돌아갈 정도로 혁신적이고 휘황찬란한 편의사양이나 성능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기름기’는 적당하면 부드러움을 선사하지만 과해지면 느끼해지기 마련이다.


올 뉴 CR-V 하이브리드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기름기를 쫙 제거한 ‘기본’에 충실한 모델이다. 신문물을 받아들일 때 으레 뒤따라오는 혼란으로 운전자를 헷갈리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올 뉴 CR-V 하이브리드 후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일본은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하는 국가로 꼽히지만,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혼다 차량들은 한층 더 클래식하다. 복잡한 도심에서 필요한 자잘한 편의사양보다는 광활한 대지를 누비기에 적합한 견고함이 더 우선적이어서다.


운전석에 오르면 계기판부터 최근 유행하는 파노라마 형태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고풍스런 기계식인 것을 볼 수 있다. 크기는 다소 작게 느껴졌는데 주행 중 운전자에게 필요한 시야 부분만큼만을 계산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큼지막한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신차들 중심으로 운전해온 기자에겐 다소 시인성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기어도 다이얼, 버튼식, 칼럼식 등이 아니라 고전적인 형태인 기어 부츠를 신고 있는 기어봉이다. 손 감각만으로는 변속 확인을 하기엔 어렵고 불이 들어오는 모드를 봐야 한다.


올 뉴 CR-V 하이브리드 계기판.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얼굴 여백에 비해 앙증맞게 자리한 로고와는 다르게 내부는 널찍하게 빠졌다. 액티비티를 많이 즐기는 미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적재공간에 신경을 쓴 듯 하다. 이전 세대 대비 전장, 전폭, 휠베이스 모두 증가해 동급 최고 수준의 적재공간을 갖췄다.


혼다는 트렁크 기본 적재공간만 1113ℓ로 골프 캐디백의 경우 4개, 25인치 여행용 캐리어는 4개, 대형 유모차도 넣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2열 시트를 접으면 2166ℓ까지 확장되며 단차는 생기지만 170cm정도의 사람이 쭉 뻗고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차박도 무리 없어 보인다.


외모 역시 기교가 많이 가미되진 않았다. 눈은 이전 세대보다 작아졌지만, 날카로워졌고 각진 턱까지 겸비해 강인한 인상이다. 옆태 역시 날렵한 모습으로 스포티함이 돋보이지만 그에 반해 뒷모습은 별다른 특징 없이 평이하다.


올 뉴 CR-V 하이브리드 1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튼튼한 내구성에 넉넉한 적재공간을 가진 SUV 차량 중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점도 미국인을 사로잡은 매력 포인트다. 4WD 투어링 단일트림으로 5590만원이다.


올 뉴 CR-V 하이브리드 기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파워트레인엔 새롭게 개발된 2.0ℓ 직분사 앳킨슨 엔진과 새로운 구조의 E-CVT 조합의 차세대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됐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준중형SUV 무게답지 않게 가볍고 부드럽게 나아간다. 4가지 주행모드(스포츠, 노말, 에코, 스노우) 중 스포츠모드에서 급가속을 하면 가솔린차의 고양감을 느낄 수 있는 배기음도 들을 수 있다.


일본 브랜드의 정숙성은 두말하면 입 아픈 얘기. 포장도로지만 거친 노면 위를 달렸음에도 운전자나 조수석의 동승자에겐 부드러운 승차감을 전달했다. 노말모드에서도 바깥 소음은 잘 들리지 않지만 에코 모드에선 한층 극대화된 조용함도 맛볼 수 있다. 혼다는 자사 브랜드 최초로 전체 우레탄 커버와 소음진동 흡음재를 채용해 정숙성을 높였다고 한다.


올 뉴 CR-V 하이브리드 2열 폴딩된 모습.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타깃

-퍼스트무버에 열광하는 세상에 멀미를 느낀다면

-“건강한 게 최고지…잔고장 없는 튼튼함을 최고가치로 생각한다면

-“복잡한 건 딱 질색”이라고 외치는 직관적인 당신


▲주의할 점

-운전하긴 편한데…그게 다네

-광활한 미국 대신 복잡한 한국 도심 속에 산다는 걸 잊으셨나요?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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