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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혁의 중심에 선 포스코, 누가 이끌어야 할까 [기자수첩-산업IT]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3.09.25 10:46
수정 2023.09.25 14:05

신사업, 수소환원제철 등 갈 길 바쁜 포스코

고연봉 노린 외부 인사들, 차기 회장 자리 '군침'

사업 추진의 연속성 이어갈 '내부자'가 지휘봉 쥐어야

7월 13일 포스코 포항 본사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포스코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스코

전쟁에서 승리하면 논공행상이 뒤따른다. 장수는 목숨을 걸고 싸워준 부하들에게 전리품을 나눠준다. 그래야 다음 전투에서도 부하들의 신임을 얻을 수 있다.


이 논공행상은 정치판에서도 적용된다. 장‧차관 등 정부 요직이나 여당 우세지역 공천, 공기업 대표‧임원, 혹은 단체장 등의 자리가 ‘전리품’으로 활용된다.


그런 식으로 자리를 꿰찬 이라 한들 그 자리에 걸맞은 능력을 갖췄다면, 나아가 업무적으로 성과를 보여주기만 한다면 크게 문제될 일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느 진영에서건 반복돼온 일이니 비난하는 게 더 이상하다.


하지만 전리품의 범위가 민간 부문까지 확대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를테면 대주주가 따로 없는 포스코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의 CEO(최고경영자)의 자리가 그렇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임기 만료(내년 3월)를 앞두고 차기 포스코 회장 선임 절차가 곧 시작된다. 아직 후보추천위원회가 꾸려지진 않은 상태지만, 일찌감치 여러 후보군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중 상당수는 외부 인사다.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 출신들이 연봉 10억(상여금을 제외한 순수 급여만으로도)짜리 포스코 회장 자리를 놓고 군침을 흘린다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여권에 몸담았거나 여권에 줄이 닿아 있는 이들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포스코 회장 자리를 일종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듯하다.


포스코는 지난 수년 간 큰 변화를 겪었다.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전통적인 철강회사에서 리튬‧니켈, 양‧음극재 등 배터리(이차전지) 소재, 친환경 인프라 등 신사업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 회장 취임 이후 5년간 포스코그룹 계열 상장사들의 기업가치는 3배 이상 확대됐다. 포스코퓨처엠과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신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들의 시가총액이 크게 늘어난 덕이다.


앞으로도 신사업 분야로의 중심이동은 더 빨라질 전망이다. 포스코그룹은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지난 7월 발표한 ‘그룹 2030년 121조 투자계획’ 중 철강을 제외한 배터리 및 친환경 인프라 부문에 60%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포스코그룹에서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이 50%, 영업이익은 70%에 달하지만, 2030년에는 철강의 매출 비중이 40%대로 줄어들고, 영업이익은 50% 내외로 축소될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그만큼 배터리 소재와 친환경 인프라의 비중이 커지는 것이다.


철강 사업 자체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금처럼 철광석과 석탄으로 고로를 돌리는 방식을 사용할 수 없다. 수소환원제철이라는 신 제조공법으로 전환해야 한다.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세계 정상급 철강기업의 자금, 기술력, 노하우를 총동원하고도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지 모른다.


한마디로 판을 크게 벌려 놓은 상태다.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감안하면 멈출 수 없는 변화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의 회장 자리를 전리품쯤으로 생각하는 외부의 문외한(門外漢)이 그 자리를 꿰찬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신사업에 대한 투자는 상당한 위험부담을 감수한 전략적 경영 판단을 기반으로 한다. 물론, 사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숙고가 전제돼야 한다. 오너가 없는 포스코는 CEO가 그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자신을 그 자리에 앉혀준 세력의 눈치나 보며 주저하거나, 설령 강단이 있다 한들 사업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한동안 업무보고나 듣고 있어야 하는 이가 포스코 컨트롤타워의 최 정점에 자리한다면 모든 경영 판단이 지연되고, 사업 추진의 연속성이 끊길 수밖에 없다.


리튬‧니켈 등 해외자원개발에서부터 배터리 소재 연구개발 및 생산라인 투자, 수소환원제철 전환 스케줄까지 줄줄이 차질을 입을 우려가 크다.


포스코는 지금 대변혁의 중심에 서 있다. 신사업은 잠시라도 지체하면 후발주자에게 추월을 허용해야 하고, 제철 공법 전환에서 뒤쳐졌다가는 환경오염기업으로 낙인찍힌 채 도태되는 꼴을 각오해야 한다.


군인 출신이고 정치인이기도 했던 고(故) 박태준 전 국무총리는 맨주먹으로 굴지의 철강기업 포스코를 일으켰지만, 지금은 그가 활약했던 개발독재 시대가 아니다.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 출신이 민간 기업을 이끌며 정부, 정치권과 상부상조 하던 시대는 끝났다.


기업 경영은 기업인들에게 맡겨 두고, 나랏일을 하던 이들은 정치판이나 싱크탱크에서 역할을 찾아야 한다. 그쪽에 설 자리가 없거든 더 추해지기 전에 은퇴하는 것도 방법이다. 퇴직 후 고연봉 소일거리를 찾기 위해 기웃거릴 만큼 포스코 회장실이 만만한 곳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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