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제 1년, '방탄·분열·증오'…국회는 '정치 실종' 오명
입력 2023.09.25 00:00
수정 2023.09.25 00:10
체포동의안 가결은 이재명의 '자승자박'
"심리적 분당, 같이 당 못하겠다" 목소리
李 정치생명 '풍전등화'…黨 '풍비박산'
'사법 리스크', '방탄 국회', '사분오열', '개혁의 딸', '살인 예고' '정치 실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년 간에 걸친 사법 리스크 논란과 방탄 국회의 마침표는 결국 민주당 내부에서 찍혔다.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알리겠다며 '돌연' 시작한 무기한 단식도 당내 혼란만 남긴채 중단됐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적 불신만 가중시킨 시간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1일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켰다. 무기명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였다. 재적의원 298명 중 '입원 단식' 중이던 이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을 수행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뒤 구속 수감 중인 윤관석 무소속 의원 3명을 제외하고 전원이 투표했다.
민주당 내 이탈표는 40명 안팎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에서 최소 29명, 기권·무효표까지 합치면 39명의 이탈표가 계산된다. 야당 대표 체포안이 통과된 것은 헌정 사상 최초다. 그러나 야권 일각에서는 체포안 가결을 이끌어낸 당사자는 이 대표 자신이라고 평가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간 당내 '당대표 사법 리스크',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코인 논란으로 인한 청년 이탈' 등 갖가지 잡음이 있던 차에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마치 마른 하늘의 단비 같았다"면서도 "그러나 체포안 표결 하루 전 부결을 호소하는 메시지는 다시 '방탄 트라우마'를 불러일으켰고, 이 메시지가 결국 가결로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입원 단식 중이던 이 대표는 체포안 표결 하루 전(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체포동의안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부결을 호소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CBS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메시지가 나온 후에 어떤 심리적 분당 사태로 갔다고 본다'며 "(의원들이) 깜짝 놀라는 분위기더라. '더는 당을 함께 못하겠다'는 얘기들도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 체포안 가결 후폭풍도 상당하다. 친명(친이재명)계는 가결표를 '해당행위'로 규정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명계를 향해 "같은 당 의원들이 자기 당 대표를 팔아먹었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의 정적 제거·야당 탄압 공작에 놀아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해당 행위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은 비명(비이재명)계 리스트를 만들고, 부결 인증 메시지를 강요하는 등 이탈표 색출에 나서고 있다. 특히 비명계를 향한 '살인 예고'까지 등장했다.
40대 A씨는 지난 21일 오후 8시경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무조건 가결표 던진 의원 리스트'라는 제목의 글에서 비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의원 14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집에 있는 스나이퍼(저격소총), 라이플(소총)을 찾아봐야겠다"는 등 테러를 암시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화가 나서 글을 올렸다"며 범행을 인정했다.
민주당 수도권 초선 의원은 "방법이 없다. 하다하다 살인 예고까지 나온 상황"이라며 "입으론 민생을 외치며 뭉쳐야 산다는 둥 하지만, 속으론 당대표만 보위하며 자신의 안위, 영달, 편 가르기, 팬덤 정치만 생각하고 있으니 이런 사달이 난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이 대표 단식은 무엇을 남겼나. 강성 지지층을 국회로 불러들인 것 외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국회로 들어온 이들이 남긴 것은 무엇인가. 가해·자해 등의 사건으로 국회 경내 비상상황만 초래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체포안 가결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이 '풍전등화'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박광온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의 책임 사퇴에 이어 당대표 지명직 최고위원인 송갑석 의원까지 자진 사퇴하는 등 민주당은 그야말로 풍비박산 나고 있다.
체포안 표결 시작 전에 만난 비명계 중진 의원은"더불어민주당 당명에서 '더불어'를 빼야 한다"며 "당대표 만을 위한 당이 어떻게 그런 이름을 쓸 것이며, 국민 입장에서 어떻게 민주주의 가치를 앞세운 당이라고 보겠느냐"라고 혀를 차기도 했다.
그러면서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말을 21대 국회에서 다시 생각한다. 이거야 말로 '정치 실종'"이라며 "작금의 민주당엔 분열과 부패, 나아가 국민의 증오까지 모두 적용대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오는 26일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체포안 가결 후 이틀 만에 단식 중단 후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민주당은 의료진과의 협의 상황에 따라 영장실질심사 일정을 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