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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부터 웨스턴까지…넷플릭스의 의미 있는 ‘장르적’ 시도들 [D: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3.09.24 15:02
수정 2023.09.24 15:02

K-웨스턴 시도 돋보이는 ‘도적: 칼의 소리’

다양한 변주로 K-좀비 열풍을 이끌었던 넷플릭스가 아포칼립스부터 웨스턴까지. 새로운 장르물로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여기에 메시지까지 놓치지 않고 담아내는, 쉽지 않은 도전들을 이어나가면서 의미를 남기고 있다.


22일 공개된 ‘도적: 칼의 소리’(이하 ‘도적’)은 1920년 중국의 땅, 일본의 돈, 조선의 사람이 모여든 무법천지의 땅 간도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하나 된 이들이 벌이는 작품이다.


‘도적: 칼의 소리’ⓒ넷플릭스

노비에서 일본군으로, 도적단의 두목으로 거듭나는 이윤(김남길 분)부터 의병장 출신 도적 최충수(유재명 분), 조선 총독부 철도국 과장으로 위장한 독립운동가 남희신(서현 분), 청부살인업자 언년이(이호정 분)까지. 저마다의 무거운 사연들이 시대적 아픔을 상기시키는 한편, 이를 웨스턴 무비의 분위기로 담아내며 ‘도적’만의 개성을 보여준다.


흙먼지 날리는 황야에서 장총을 휘두르는 이윤, 칼과 총을 능숙하게 활용하며 화려함을 더하는 언년이 등 개성 넘치는 액션 시퀀스들이 이어져 보는 재미를 자아내는 것이다. 여기에 장르와 어울리는 음악의 향연 등 다소 생경하지만 그래서 흥미로운 분위기가 형성된다. 일제강점기 시대의 비극을 잊지 않으면서, 장르적인 재미까지 가미하는 어려운 도전에 어설픈 장면도 이어지지만, 본 적 없는 작품을 탄생 시킨 것은 의미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는 넷플릭스가 꾸준히 해 온 시도이기도 하다. 앞서는 ‘킹덤’ 시리즈를 통해 K-좀비물의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이끌었었다. 물론 영화 ‘부산행’ 등의 시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좀비물의 문법에 조선을 배경으로 덧입히면서 색다른 재미를 유발했고, 이것이 국내를 넘어 해외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동력이 됐다. 이후 ‘지금 우리 학교는’을 통해선 학교를 배경으로, 10대들이 활약하는 과정을 담아내 또 다른 흥미를 유발했다.


이후 2021년에는 ‘지옥’을 통해 연상호 감독표 디스토피아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재난의 공포에 빠진 인간들이 보이는 저마다의 선택을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는 동시에, 사자들의 섬뜩한 비주얼 등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현실감 있게 구현해 내며 ‘지옥’ 세계관을 단단하게 구축했다.


연 감독은 ‘지옥’ 이후 영화 ‘정이’를 통해 한국형 SF의 매력을 구현하기도 했다. 우주 공간의 경이로운 비주얼과 AI 로봇의 실감 나는 구현을 통해 ‘비주얼만큼은 합격’이라는 평을 끌어낸 바 있다. 기계와 인간이 섞인 사이버펑크 장르 특유의 매력을 안정적으로 구현해 내면서 그간의 SF물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두 작품을 통해 ‘인간다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녹여내면서 깊이를 놓치지 않은 점 역시 해외 시청자들의 호평 배경이 됐다.


이 외에도 ‘택배기사’를 통해선 아포칼립스물이라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장르를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시도를 했었다. 사막화된 한국을 배경으로, 산소를 통제하는 천명그룹과 이에 맞서는 전설의 택배기사 5-8과 난민 사월의의 갈등을 그려낸 작품. 폐허가 된 광화문 광장, 모래에 잠긴 한강 다리 등 황폐화된 서울의 실감 나는 비주얼을 감상하다 보면, 계급사회를 향한 시원한 한 방이 쾌감을 느끼게 한다.


군대 내 부조리를 녹여내 대중들의 분노를 끌어냈던 ‘디피’(D.P.) 이후, 시즌2에서는 메시지를 확장하며 장르적 재미를 가미하는 색다른 시도를 하기도 했다. 이에 ‘디피’ 특유의 현실감이 희미해졌다는 일부 시청자들의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꼭 전달돼야 할 메시지를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도전에 대해서는 의미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디피2’처럼 ‘택배기사’, ‘정이’ 등 일부 작품들은 적절한 균형점을 찾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비주얼은 훌륭하게 구현을 해내면서도, 대중성에 방점을 찍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평범한 전개가 이어진다는 혹평을 받기도 한 것. 이에 적절한 재미를 추구하는 양산형 장르를 쏟아낸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시청자들에게는 기존의 작품들과는 색다른 재미를, 나아가 창작자들에게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특히 ‘도적’처럼, 이미 익숙한 이야기에 새로운 외피를 입혀 ‘흥미롭다’라는 평을 끌어내는 작품은 이러한 시도들이 왜 필요한 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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