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탑 쓴 디스플레이, 국제무대 금메달 되찾으려면[기자수첩-산업IT]
입력 2023.09.25 07:00
수정 2023.09.25 07:00
14년 만 디스플레이 첫 '금탑'…수상 계기로 빼앗긴 1위 탈환 위해 심기일전해야
기업들 OLED 앞세워 차세대 기술 발굴 주력…정부도 안정적 공급망 확충해 힘실어야
디스플레이 산업 사상 처음으로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한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오른쪽 첫번째)ⓒ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14년이 걸렸네요. 오늘은 특별한 날인 것 같습니다." 사상 첫 디스플레이 금탄산업훈장이 수여된 '디스플레이의 날'에 참석한 업계 인사들의 얼굴에는 격양의 빛이 만연했다. 2010년 1회 기념식 이후 14년 만에 금탑을 수상했으니 업계가 들썩일만 했다.
기념비적인 날인만큼 이날 행사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350여명이 모여 수상자로 지목된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냈다. 최 대표도 "오랫동안 디스플레이 산업에 계셨던 선배님들을 대신해 제가 이 상을 받는 것 같다"고 감사를 표하는 한편 "제가 더 열심히 해 디스플레이 산업이 국가를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행사는 디스플레이 산업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치하하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빠르게 장악력을 확대한 중국을 견제하자는 각오를 다지는 자리이기도 했다. 실제 중국이 2021년부터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을 넘어서면서 국내 업체들의 사기가 꺾인게 사실이다.
중국은 막대한 정부 지원에 힘입어 LCD(액정표시장치)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 한국을 누르고 디스플레이 1위 자리에 올랐다. 한국은 포화 상태인 LCD는 축소하는 대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앞세워 차세대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OLED 시장에서 한국이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 역시 중국이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어 다각적인 출구 전략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디스플레이업계는 반도체, 배터리 만큼이나 디스플레이 육성이 중요하다며 국가첨단전략산업 지정을 지속적으로 요청했고 윤석열 정부 들어 이 건의가 받아들여지면서 지난해 11월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됐다. 이후 세계 1위 탈환을 위한 산업부의 디스플레이산업 혁신전략 수립(2023년 5월), 디스플레이 첨단산업 특화단지 지정(2023년 7월)까지 연달아 이어지면서 디스플레이업계는 1년 만에 재도약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반도체, 배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디스플레이를 육성해야 한다는 의지를 관철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중국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원천기술 없이는 LCD가 밀렸던 전철을 밟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이다.
삼성·LG디스플레이가 주도하고 있는 OLED를 앞세워투명·XR(확장현실)·차량용에서 앞선 기술을 개발·상용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전기차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유수의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전장용 디스플레이에 주목, 향후 신차에 탑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XR 패널 기업인 이매진을 인수해 메타·애플을 넘어설 강력한 무기를 준비중이다. 정부의 중장기 로드맵과 발맞춰 기업들의 투자와 기술개발이 적기에 이뤄지기만 한다면 독보적인 기술로 신시장을 개척하는 데 한국이 앞설 수 있다.
금탑산업훈장은 이런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청사진이 조만간 현실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의 표출이기도 하다. 기업과 학계가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등 공급망이 잘 구축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기만 한다면 '2027년 디스플레이 1위 탈환'은 더 앞당겨질 수 있다. '금탑' 수상을 계기로 디스플레이업계가 심기일전해 중국에 빼앗긴 '금메달'을 되찾을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