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퇴임이 남긴 것들 ③]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 차기 대법원장의 가장 절실한 숙제"
입력 2023.09.24 06:05
수정 2023.09.24 06:17
법조계 "김명수 재임한 지난 6년, 사법부 무너진 기간…재판 지연 및 법관 관료화 문제 등 속출"
"차기 대법원장, 국민들이 신속·공정한 재판 받을 수 있도록…사법부 독립 및 정상화에 주력해야"
"판결 일관성 및 상고제도 도입, 법원행정처 효율성 제고도 미완의 과제…차기 대법원장의 책임·과제"
이균용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 25일 국회 부결 가능성 높아…대법원장 공석 사태 상당기간 이어질 수도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22일 퇴임사에서 "그동안 사법부는 '좋은 재판'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여건 마련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김 대법원장이 재임한 지난 6년은 재판이 지연되고 법관 관료화 문제도 해결되지 못하는 등 사법부가 무너진 기간이라며 신임 대법원장은 국민들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사법부를 정상화시킬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사법부 독립은 꼭 지켜야 할 가장 절실한 숙제이기에 법원이 정치 권력에 예속되지 않도록 대법원장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퇴임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임으로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지목된 가운데 사법부 독립과 재판지연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은 국회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국회 구성상 168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임명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할 경우 임명동의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동의가 불발되면 윤석열 대통령은 처음부터 다시 후보자를 골라 지명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 만큼 대법원장 공석 사태는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
김 대법원장은 임기 내내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그가 임성근 판사 사표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한다"고 언급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정권의 눈치보기라는 비판은 배가 됐다. 사법부 독립이 가장 절실한 시점이니 만큼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설이 부각되고 있는 이균용 후보자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차기 대법원장이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숙제가 법관 관료화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는 김 대법원장이 사법개혁 하나로 내놓았지만 말끔히 씻어내지 못했다. 판결 일관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진보·보수 성향과 관계없이공정하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이 필요하다는 게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 시기 추진하다가 만 상고제도 도입과 법원행정처 효율성 제고 등도 해묵은 과제로 남아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이재원 회장은 "새로운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을 꼭 지켜야 한다. 우리 헌법은 삼권분립을 기본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며 "사법부가 정치권력이나 외부 세력에 예속되면 법질서가 제대로 지켜질 리 없고, 국민의 인권도 제대로 보호될 리가 없다. 사법부 독립이 보장되지 않으면 독재 국가가 되거나 비민주적인 국가가 되어 후진국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 개혁을 내놓았지만, 법관 관료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승진 제도를 없애버리니 아무도 열심히 일하지 않게 된 것"이라며 "과거였으면 6개월 만에 판결받을 것을 1년 반씩 걸리는 사례가 부지기수가 됐다. 자연스레 재판이 계속 지연되니 사회정의 역시 땅에 떨어지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출신 이헌 변호사는 "국민들은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어느 한 쪽으로 기우는 편파 판결이 지난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에 이어졌다. 새로 취임할 대법원장은 이런 부분을 시정해 나가는 걸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며 "특히 김명수 대법원장은 임기 중 법원행정처를 축소했다. 법원행정처는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법관들이 행정처 업무를 맡아 법원의 신속한 재판을 돕는 기관인데, 김명수 사법부는 이런 부분에서 아예 손을 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새로 취임할 대법원장은 지난 6년간 무너진 사법부를 정상화시키는 것만으로도 힘들 것"이라며 "사법부 안의 문제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가기 때문에 새롭게 취임할 대법원장이 책임지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 서치원 변호사는 "지난 대법원장 시절 재판 지연의 문제가 매우 심각했다"며 "요즘 민사소송은 1심만 하더라도 1년 넘게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 헌법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정하고 있는 만큼 신임 대법원장은 재판지연 문제를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