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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문의 검’ 김영현·박상연 작가, 무시할 수 없는 ‘내공’ [작가 리와인드(96)]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3.09.15 08:26
수정 2023.09.15 11:58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지난 2007년 드라마 ‘히트’를 시작으로, ‘선덕여왕’(2009), ‘로열 패밀리’(2011), ‘뿌리깊은 나무’(2011), ‘육룡이 나르샤’(2015), ‘써클: 이어진 두 세계’(2017), ‘아스달 연대기’(2019) 등 여러 편의 작품을 함께 집필해 왔다.


ⓒtvN

‘히트’ 이전에는 김 작가는 ‘대장금’, ‘서동요’ 등을 선보이고, 박 작가는 ‘공동경비구역 JSA’, ‘화려한 휴가’의 원작자, ‘고지전’의 각본가로 관객들을 만나며 각자 활동을 했었다. ‘히트’로 시너지를 확인한 이후 사극부터 판타지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 중이다.


현재는 ‘아스달 연대기’의 시즌2인 ‘아라문의 검’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극 중 ‘아스달 연대기’ 8년 이후를 배경으로, 태고의 땅 아스에서 서로 다른 전설을 써가는 타곤, 은섬, 탄야, 태알하의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 범죄 수사극부터 사극, 판타지까지. 능숙하게 다루는 다양한 세계관


두 사람의 첫 공동 집필작인 ‘히트’는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한 형사들의 고군분투기를 다룬 드라마다. 차수경 팀장(고현정)과 김재윤 검사(하정우), 그리고 ‘히트 팀’의 활약을 장르물의 틀 안에 담아낸 작품이었다.


특히 드라마 초반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한편, 차수경 팀장을 필두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위기의 순간 똘똘 뭉쳐 활약하는 히트 팀의 티키타카를 통해 소소한 재미를 선사했었다. 거칠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순수한 매력이 있는 남성식 형사(마동석)와 심종금 형사(김정태)의 마치 톰과 제리 같은 케미를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던 것.


여기에 차수경 팀장과 김재윤 검사의 로맨스까지. 범죄 수사물과 멜로의 결합이라는 다소 짐작 가능한 시도였지만, 그럼에도 이를 조화롭게 녹여내며 한국형 수사물의 매력을 보여줬다. 심각한 사건들의 연속 안에, 진한 동료애와 달달한 로맨스를 흥미롭게 버무려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수사물을 탄생시킨 두 작가였다.


재벌가에 입성해 총수의 자리에까지 오르는 여인과 불우한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유능한 검사로 성장하는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로열패밀리’를 통해서는 짜릿한 복수극과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지훈(지성), 김인숙(염정아)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도 애틋했지만, JK그룹 회장 공순호(김영애)와 인숙의 치열한 갈등으로 깊은 몰입감을 끌어내는 요소였다. 남편의 죽음을 겪고 쓰러진 며느리 김인숙을 향해 “저거 치워”라고 일갈하는 공순호의 차가운 모습을 통해 명대사를 남기는 한편, 공순호를 향한 뜨거운 응원을 끌어내면서 복수극의 재미를 제대로 선사했다.


이후 ‘뿌리 깊은 나무’와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선 퓨전 사극의 매력도 담아냈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는 한글 창제를 둘러싼 비밀을 짜임새 있게 전개하며 마치 한 편의 장르물을 보는 듯한 흥미진진함을 선사했었다. 태종 이방원(백윤식)과 젊은 세종(송중기)의 팽팽한 대립부터 한글 창제를 둘러싼 여러 세력들이 부딪히는 중, 후반부까지. 한글 창제 과정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내며 사극의 새 장을 열었었다.


◆ 대작으로 쌓은 남다른 내공


‘아스달 연대기’에서는 조선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재창조하기 시작했다. 가상의 대륙 아스를 배경으로, 처음으로 ‘나라’라는 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려낸 판타지 대작. 이 과정에서 각기 다른 목표를 가진 인물들이 서로 부딪히고 또 화합하는 서사가 방대하게 펼쳐졌다. 500억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해 본 적 없던 비주얼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뇌안탈’, ‘이그트’ 등 여러 종족들의 서사가 얽히고설키며 흥미를 유발했다. 다만 다소 낯선 세계관에 ‘진입장벽이 높다’는 평을 받기도 했고, 이에 6% 내외의 다소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스달 연대기’를 차근차근 감상한 시청자들 사이에선 ‘한국에서도 이런 드라마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라는 평을 끌어내며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앞서 두 사극을 통해 방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력을 보여준 만큼, 새로운 세계관 또한 디테일하게 구축하며 해당 장르의 마니아들 사이에선 인정을 받았던 것.


특히 뇌안탈, 이그트는 물론, 흰산족, 해족 등 여러 부족들까지. 이름조차 낯선 캐릭터들의 욕망을 설명하고, 또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네안데르탈인에서 따온 뇌안탈의 언어를 직접 창조해 낼 만큼 세계관을 디테일하게 설정한 것이 마니아들을 저격한 이유가 됐다.


‘아라문의 검’에서는 아스달 최초의 왕 타곤, 아고족의 수장이 된 은섬을 중심으로 서사를 조금 단순화해 더 많은 시청자들을 아우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육룡이 나르샤’에서 인연을 맺은 신세경부터 “평소 작가님의 작품을 사랑했다”며 흔쾌히 출연 제안을 수락한 이준기까지. 작품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탄탄한 내공을 발휘 중인 두 작가가 이번에는 ‘진입장벽이 높다’는 한계를 뒤집고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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