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맛집 소문났나… 현대차, 韓美 노조 등쌀에 '몸살'
입력 2023.08.29 11:51
수정 2023.08.29 11:52
美 자동차노조, 현대차에 '단체협약' 압박
국내 노조는 5년만에 총파업 위기
미국 사례 앞세워 유럽서도 요구 받을 수 있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다섯째)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이 지난 2022년 10월 25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개최한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에서 공장 건설을 알리는 첫 삽을 뜨고 있다. ⓒ현대차그룹
국내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난항을 겪고있는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도 노조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보조금 적용이 가로막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의 불안감이 커진 와중에 미국의 노동계까지 발목을 잡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미국에선 노조가 결성되지 않아 노사 분쟁 부담이 없었지만, 국내와 같은 강성 노조를 미국에서도 상대해야 된다면 중장기 사업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와 전미자동차노조(UAW) 등 미국의 대형 노조들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조지아·앨라배마주의 시민단체와 함께 현대차 미국 법인에 서한을 보냈다.
서한에는 현대차 및 공급업체들이 조지아와 앨라배마에 건설하는 전기차 공장과 관련해 단체협약을 맺자는 내용이 담겼다. 지역 사회에서 직원을 고용하고, 직원들을 위한 안전 조치를 강화하고, 주변 환경 보호에 나서야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대차의 미국 사업장에는 노조가 결성되지 않은 상태여서 ‘단체협약’을 맺을 수 없는 만큼 대신 구속력 있는 민간 협약을 맺자는 것이다. 노조가 없어도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만큼 고용 및 지역에 대한 기여도를 높여야한다는 주장이다.
UAW가 현대차를 압박하는 배경에는 내연기관 대비 전기차 시대에 줄어들 일자리를 우려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정부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을 시행하면서 전기차 공장 등을 대거 유치했지만, 내연기관 공장 대비 절대적인 고용 창출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UAW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미국 오하이오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노조를 포섭하고 단체협약 협상을 주도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만큼은 노조가 없어 마음 놓고 있던 현대차 입장에선 갑작스런 날벼락을 맞게됐다. 현재 현대차는 한국 노조인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 임단협 협상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5년 만의 총파업 위기에 놓여있다. 지난 28일 현대차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쟁의권을 확보한 바 있다.
IRA를 주도한 바이든 정부가 친노조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에서 UAW의 이번 요구를 현대차가 쉽게 무시하기도 어렵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UAW가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을 불사한 것과 관련해 “(전기차 전환으로) 일자리가 대체되면 새로운 일자리는 UAW 조합원들에게 돌아가야 하며 임금 역시 기존 일자리에 상응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 노조와 UAW의 요구가 전기차 전환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대책으로 맥락이 같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한국과 미국 양국의 노조로부터 받는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노조는 전기차 전환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전기차의 국내 생산 확대와 전기차 관련 부품의 공장 내 생산을 회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UAW에서도 같은 요구가 이어질 경우 현대차는 중간에 낀 신세가 된다.
현대차가 UAW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EU(유럽연합)에서 비슷한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EU가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를 퇴출시키기로 한 만큼 현대차의 유럽 생산공장을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전환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유럽 노동계 역시 미국의 전례를 고려해 현대차에 고용 안정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전환을 중심으로 각국이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고용 창출을 위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미국의 IRA가 프랑스로 퍼져 나갔듯 노동계에서는 고용 보장을 위한 요구들이 경쟁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