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
입력 2008.09.2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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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 자체로 빛나는 것
“야! 곱다.”
어찌 저리 화려할 수가 있을까? 어디에 숨어 있다가 저리도 붉게 피어났을까? 그것도 한두 송이가 아니라 무더기로 피어나 있으니, 더욱 더 장관이다. 사랑의 열정을 모아 피워낸 꽃이라서 그런지, 마음까지 활활 불타오르게 만들고 있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 안에서 잠들고 있던 사랑의 불씨가 고개를 치민다.
사랑의 꽃 꽃무릇이 피어나 있는 곳은 선운사다. 선운사는 대한 불교 조계종 제 24 교구 본사로서 전북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에 위치하고 있다. 백제 시대에 검단 선사에 의해 창건된 산사는 수많은 문화재와 천연기념물 그리고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찾는 사람들의 마음에 편안함과 포근함을 선물해준다.
무더기로 피어나 있는 꽃들이 장관을 이룬다. 꽃들을 바라보면서 계절이 바뀌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무던히도 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있음을 실감나게 한다. 아직도 더위의 심술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다. 더위 제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피어나는 꽃들에게 밀려 결국은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새벽이면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풀벌레의 노래 소리의 멜로디가 빠를 때에는 아름답다고 느끼기 보다는 소음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그렇게 되면 마음이 편안해질 수가 없다. 그런데 그들의 멜로디가 느려지게 되면 그 것은 소음이 아니라 흥겨운 노래로 바꿔진다. 마음의 위로받게 되고 편안해진다.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실감나게 해준다. 풀벌레의 노래 소리에 취하여 창문을 바라보면 밤하늘이 다가온다. 잊어버리고 있던 별들이 반짝이고 있음에 잃어버린 나를 찾게 된다. 가을은 그렇게 가까이 왔음을 확인하게 된다. 가을은 사랑의 계절이다. 사랑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 아닌가?
꽃을 바라보면서 사랑을 하고 싶어진다. 세상에 소중한 것이 어디 한둘인가? 그러나 그 중의서 가장 빛나는 꽃은 바로 사랑이다. 사랑의 마법이 지루하고 평범한 삶을 설레고 신나는 경이로운 세상으로 바꾸어주지 않는가? 살기가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사랑하게 되면 모두 다 즐거운 인생으로 바꿔지는 것이다.
사랑의 꽃 꽃무릇을 바라보면서 사랑이 하고 싶어진다. 사랑의 결과가 아무리 아프고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사랑을 하고 싶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감내해야 하는 슬픔이 아무리 커도 주저하지 않고 사랑을 하고 싶다. 붉은 열정으로 피어난 꽃무릇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 할지라도 사랑을 하고 싶다.
산사에 피어난 사랑의 꽃을 바라보면서 사랑의 위대성을 실감하게 된다.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꽃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 할지라도 사랑만큼 우뚝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다. 사랑은 그 자체로 빛나는 것일 뿐, 그 결과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꽃이 곱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