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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타에, 성적 괴롭힘에…전·의경 인권침해 심각


입력 2008.09.1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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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 조사 결과 발표, 자해 및 정신질환까지 발생

전·의경 부대 내에서의 구타와 가혹행위의 정도가 일반인의 상상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현상’으로까지 광범위하게 유포된 것으로 조사돼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이는 특히 최근 한 공중파 방송 뉴스에서 일선 경찰서 의경들 사이의 집단 구타 장면이 여과 없이 노출된 직후 나온 발표여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8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 이하 인권위)가 공개한 ‘전·의경 구타 및 가혹행위 직권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선 경찰서 등에 배치된 전·의경 부대 내에서 왜곡된 조직문화와 형식적 부대관리 등으로 구타 및 가혹행위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특히 전·의경을 관리하는 간부들의 잦은 인사 이동, 부대 관리를 최고참 기율경(질서유지 임무를 수행하는 고참대원)에게 일부 위임하는 관행과 이에 따라 후임 대원에 대한 업무지시와 폭언이 일부 묵인되는 점, 사고 발생 시 자체적으로 처리하려는 경향 등이 구타 및 가혹행위가 줄지 않은 원인이 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일선 전·의경 부대 내의 인권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촛불집회 당시 진압에 나섰던 한 전·의경 부대.

이날 인권위가 공개한 전·의경 부대 내 인권침해 사례에 따르면, ‘피 보기 게임’이라 해서 선임병과 후임병 간에 가위바위보 게임을 해 선임병이 지면 게임을 다시 하고 후임병이 지면 그에 따라 일정 액수의 과자를 사게 하는 등 벌칙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착취의 형태다.

또 일명 ‘바닥돌리기’의 경우, 내무실 바닥에 쪼그리고 앉게 한 후 한 손으로 걸레를 들고 바닥에 치약을 짜서 떨어뜨린 다음 걸레로 치약을 덮어 앞으로 이동하면서 한 방향으로 약 30여분 간 닦게 하는 행위(이때 행동을 천천히 하면 고참이 쪼그리고 않은 후임을 걷어차기도 함)도 있었다.

‘잠깨스’라는 인권침해도 있었다. 이는 경찰 기동 버스 안에서 휴식 중 선임병들은 등 및 머리를 의자에 받치고 편하게 휴식하는 반면 후임병들은 등과 머리를 의자에 붙이지 못하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대기하는 자세의 행위를 말한다.

인권위 조사 결과 성적인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례도 다수 포함됐다.

인권위는 “샤워장에서 샤워하고 내무반으로 들어오는 후임병을 침상에 눕게 한 후 뒤에서 성행위를 흉내 내는 사건뿐만 아니라, 후임병의 바지를 강제로 벗게 한 후 사타구니에 여자 성기를 그린 행위도 발견 되었으며 간부가 대원을 여러 차례 구타한 사건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부대 내의 연례행사인 ‘대원 장기자랑’을 준비하면서 TV 개그프로그램에서 “00보이”라고 하여 헬스를 통해 근육질의 몸매를 만들도록 하면서 선임대원이 후임대원에게 런링머신 속도를 줄였다는 이유, 줄넘기를 멈췄다는 이유, 밥을 많이 먹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구타하여 상해진단 3주를 입히고 후임병이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증상이 발생한 사실도 확인됐다.

선·후임병들 간의 일종의 ‘멘토링 제도’인 ‘보호 수경제’도 신임대원의 부대 적응을 돕는다는 본래 취지에 벗어나 개인의 허드렛일을 시키고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괴롭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와 관련해 경북 지역의 한 의경은 보호 수경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부대 밖으로 뛰어나가 주행 중이던 버스에 치여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고참병들 역시 인권침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전·의견의 계급구조는 (높은 순으로) 수경-상경-일경-이경 순이지만, 일부에서는 ‘챙’, ‘바짱’, ‘받대기’, ‘쫄짱’, ‘막내’로 불리는 ‘비공식’ 라인이 위세를 떨쳤다.

즉, 일반 육군의 병장에 해당하는 수경이 부대 내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받대기(초임 상경)’ 취급을 받으며 내무반에서 눕지도, 책을 읽지도 못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한다는 게 인권위의 설명이다.

이처럼 전·의경 부대 내에서 인권침해 사례가 하나의 ‘문화’로까지 나타나자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한 피해자 중에는 자해나·정신질환 등의 고통을 겪는 이들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4월에는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한 한 전경이 외박을 나와 버스기사를 위협해 방송국으로 버스를 돌진시킨 사건도 있었고, 성적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가 자해를 하고 혈서를 쓰는 일도 있었다.

또 충남경찰청 소속의 한 의경은 부대 내 가혹행위와 구타에 못이겨 정신병자로 전락하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인권위는 어청수 경찰청장에게 구타 및 가혹행위 예방을 위한 모니터링을 충실히 할 것과 전·의경 관리자에 대한 인권교육 정례화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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