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가락 다리' 도림보도육교…서울시 "설계·시공·관리, 총체적 부실"
입력 2023.07.25 10:18
수정 2023.07.25 10:19
서울시 감사위원회 결과…영등포구에 업체 행정처분 통보·기관경고
올해 1월 내려앉은 서울 영등포구 도림보도육교는 설계부터 시공, 이후 관리까지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것으로 서울시 감사 결과 드러났다.
25일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도림보도육교 붕괴사고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위는 도림보도육교 설계·시공·준공·유지관리 등 관련 업무 전반을 감사한 뒤 총 12건의 업체 행정처분을 하라고 영등포구청에 통보했다. 행정처분 내용은 고발 5건, 영업정지 2건, 입찰참가제한 2건, 업무정지 1건, 손해배상 1건, 주의 1건이다. 또 관련자 18명에게는 '주의요구' 등 신분상 조치를 하도록 했다.
감사 결과 설계업체 A사는 당초 설계용역 과정에서 특허공법으로 제작하겠다고 계약해놓고 실제 설계도서는 일반공법으로 작성해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무자격 업체에 설계자료 작성 업무를 위탁했으며 아치 거더(바닥 판이 설치되는 보), 회전단 등 주요 구조부의 설계기준도 준수하지 않았다.
특히 A사는 2016년 5월과 8월, 2017년 2월 총 세 차례에 걸쳐 구청으로부터 아치 거더 처짐 현상과 관련해 안전성 검토 요청을 받았지만, 설계오류 여부 등 원인을 분석하지 않은 채 '구조적 안전에 이상 없다'고 보고했다. 점검업체 B사 역시 처짐 현상과 관련해 별도의 구조검토 없이 A사 의견을 인용해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초기 점검 보고서를 작성했다. 구청은 이러한 보고서 내용만 믿고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감사위는 A사 등에 대해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영업정지, 업무정지 조처를 하고 사기 혐의로 고발하라고 구청에 통보했다. 설계비, 공사비, 철거비 등으로 발생한 구청의 재산상 손실(총 32억원)은 손해배상 조치를 하도록 했다. 구청에는 안전점검과 유지관리 업무 소홀에 책임을 물어 '기관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밖에도 시공과 안전점검에서 다수의 문제가 드러났다. 공사감독 업무를 위탁받은 서울시설공단은 시공사가 여러 단계에 걸쳐 설계도서와 다르게 시공했는데도 이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시정조치도 하지 않았다. 정기 안전점검 업무를 맡은 점검업체 C사는 육교 거더의 처짐 정도를 측정하지 않은 채 시설물 상태에 10점(우수하고 안전에 문제가 없는 상태)을 줬다. 최종 안전등급도 A등급(문제점이 없는 최상의 상태)으로 지정해 보고했다.
감사위는 서울시설공단에 '주의요구' 처분을 내렸으며 C사에는 입찰 참가자격 제한, 영업정지, 고발 조처를 하라고 구청에 통보했다. 구청은 붕괴 우려 관련 민원을 지연 처리한 것과 관련해 '주의요구' 처분도 받았다.
구청은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3시30분 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를 통해 '도림보도육교 붕괴위험' 민원을 접수했으나 처리 부서에 전달한 시기는 이틀 뒤인 올해 1월 2일 오후 4시3분이었다. 전임자 휴직으로 업무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후임자가 업무분장이 이뤄질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한 것이다.
구청은 또 1월 2일 오후 6시7분 거더 중앙부 처짐 현상을 목격한 시민의 안전신문고 신고 민원을 확인했지만, 긴급안전 조치를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육교는 약 7시간 뒤인 3일 0시51분 내려앉았다.
이에 앞서 국토교통부는 1∼2월 사고 원인에 대해 별도 조사를 벌였다. 이후 '준공 초기부터 꺼짐 현상이 발생했고 준공 후에도 붕괴 징후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보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결과를 서울시에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