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숙 모드…국힘, 악재 사전 방지에 강경 징계 수위 조절중?
입력 2023.07.24 14:55
수정 2023.07.24 15:28
24일부터 사흘간 수해복구 봉사활동
김성태 "뒤늦은감 있으나 완전한 사과"
정치권, 洪 징계 배경으로 두 가지 해석
'폭우 골프' 논란을 일으킨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24일부터 사흘간 수해복구 봉사활동에 나서며 자숙 모드에 들어간다. 오는 26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 징계수위 결정에 앞서 '낮은 자세'를 보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시장은 이날 대구시 소속 공무원 300명과 함께 경북 예천 수해지역을 찾았다. 홍 시장은 자신의 소통창구인 '청년의꿈'에서 "직접 봉사활동 하시는 건가요?"라는 질문에 "부하 직원만 시킬 수 있나요?"라고 답했다.
당 윤리위는 지난 20일 홍 시장의 수해 중 골프 논란 관련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의결했다. 김기윤 윤리위원은 '홍 시장 사과가 징계수위 결정에 참작되느냐'는 질문에 "사과하지 않는 분과 사과하는 분은 징계 양정에 다르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홍 시장이 사과문을 썼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것으로 본다"며 "수해 현장을 찾아가 가족들을 위로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양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시장은 윤리위가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한 날 늦은 저녁 페이스북에 "과하지욕(跨下之辱)"이라는 글을 올렸다.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참는다"라는 뜻으로 윤리위 결정에 대한 홍 시장 분노를 드러내는 말이다. 다만 홍 시장은 징계 수위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듯 몇 시간 뒤 삭제했다.
이날부터 홍 시장이 윤리위 권고대로 봉사활동을 시작함에 따라, 징계 수위가 낮아질지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김성태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의장은 이날 오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재난 속에서 골프를 쳤다는 데 대해 뒤늦은 감은 있지만 완전한 사과를 했고 그 사과도 한 번으로 모자라 또 한 번 더 사과했다. 웬만해선 사과를 잘 안 하는 분인데 재해에 한없이 겸손해지고 성찰과 자성해야 한다는 고백"이라고 홍 시장을 두둔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징계는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네 단계로 나뉜다.
홍 시장 징계 사유는 △2023년 7월 15일 수해 중 골프 행위 관련 당 윤리규칙 제22조 제2항(사행행위·유흥·골프 등의 제한) 위반 △7월 17일~18일 언론 인터뷰 및 페이스북 게시 관련 당 윤리규칙 제4조 제1항(품위유지) 위반이다.
다만 애초에 홍 시장 징계가 '수해 중 골프'라는 '국민 정서'를 건드린 측면보다, 김기현 대표와의 갈등의 연장선이라는 의견도 있는 만큼 징계 수위 결과를 쉽게 예단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징계수위는 독립기구인 윤리위가 최종 결정하지만, 당 지도부의 정무적 판단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당내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홍 시장의 징계 배경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홍 시장 관련 논란이 당의 악재로 비화하기 전 사전 조치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앞서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를 따져 물으며 김기현 대표를 흔들었던 홍 시장에 대한 정치적 경고가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다. 물론 김 대표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며 홍 시장 징계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홍 시장에 대한 당내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홍 시장의 사과 등 노력하는 모습을 마냥 모른척 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