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신당 만들지, 남을지, 무소속 나올지…백지 상태서 생각 중"
입력 2023.07.20 04:00
수정 2023.07.20 04:00
19일 회관 '정바세' 강연 직후 문답
"내가 국민의힘에서 처한 현실이…
총선,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고민 중
신당은 죽을 각오로 끝까지 가야"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본인의 내년 4·10 총선 대응 방향과 관련해 신당 창당과 국민의힘 잔류, 무소속 출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제3당의 안착 가능성에 큰 영향을 줄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대해서는 기대를 걸지 않고 있음을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은 19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당 바로세우기' 주최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총선 대응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 중"이라며 "총선이 우리 정치를 변화시킬 굉장히 중요한 계기인데, 미력하고 작은 힘이지만 어디서 어떻게 할지 백지 상태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당을 만들지, (국민의힘에) 남을지, 무소속으로 나올지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진짜 백지 상태에서 프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021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당시 '천공 의혹'을 TV토론에서 최초로 제기하는 등 윤석열 대통령과 거세게 맞붙었다. 이듬해 정권교체가 되자 6·1 지방선거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하려 했으나,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과의 당내 경선에서 패해 정치적 내상을 입었다.
이후에는 사실상 국민의힘에서 겉돌면서 야인과 다름없는 신분으로 향후 진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YTN TV에 출연해 "당원들 사이에 '후쿠시마 오염수가 아니라 유승민 의원부터 방류해야 된다'는 이야기까지 있다"고 전하는 등 당내에서의 압박도 점차 심화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도 "국민의힘 사람들은 용산 대통령 부부에게 잘 보이려 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한테 찍히면 공천 못 받는다고 하니까 서로 극한으로 싸우고 있다"며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설 땅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여러분도 알다시피 내가 국민의힘에서 처한 현실도 그렇지 않느냐"며, 자신 또한 협소해진 스스로의 정치적 입지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평소 유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2월 바른정당을 국민의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던 결정과, 2020년 2월 새로운보수당을 자유한국당과 합당해 미래통합당을 창당했던 결정을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유 전 의원은 신당을 한다고 하면 총선을 앞두고 급조했다가 대선을 앞두고 다시 통합하는 행태를 반복할 게 아니라 거대 양당과는 다른 새로운 정당을 안착시킨다는 각오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신당 안착에 변수가 될 선거구제 개편 논의 등에는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총선 때 신당 만들어 몇 석 얻고 대선 때 흡수 통합되는 '떴다방' 비슷한 기회주의적인 3당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절대로 인정을 하지 않는다"며 "죽을 각오로 끝까지 가겠다는 말을 국민이 믿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중대선거구제로 가고 비례대표는 권력자들이 마음대로 번호(순위)와 사람을 정하지 못하도록 개방명부제로 가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라면서도 "(그렇게 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