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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자매 11년간 성폭행 학원장…2심 재판부가 말한 유형력이란? [디케의 눈물 96]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3.07.14 04:09
수정 2023.07.14 04:09

2심 재판부 "전과 없고 유형력 정도 매우 중하다고 보기 어렵워…원심 선고형량 적절"

법조계 "유형력, 신체에 고통줄 수 있는 물리력 작용…때리거나 포박 등의 강한 폭행 없었다 의미"

"범행 과정서 직접적인 폭행, 협박은 없었다는 취지의 설시…피해자 어려 강한 저항 못한 듯"

"학원장 성폭행 중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냐…세뇌 당한 어린 피해자들에 물리력 사용 필요 없었을 것"

법원 로고 ⓒ연합뉴스

초등생 자매 2명을 11년 동안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60대 학원장에게 대법원이 징역 20년을 확정 선고했다. 대법 판결에 앞서 2심 재판부는 "전과가 없고 유형력의 정도가 매우 중하다고 보기 어려워 원심이 선고한 형량은 적절해 보인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는데, 이후 '유형력'의 의미에 대해 궁금증이 일었다.


법조계에서는 "유형력은 '신체에 고통을 줄 수 있는 물리력의 작용'"이라며 "때리거나 포박 등의 강한 폭행이 없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한 "학원장이 저지른 성폭행 범죄가 중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범행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폭행 등 물리력을 행사한 부분이 상대적으로 중하지 않다는 의미라면서 성범죄 사실과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어린 피해자들이 세뇌를 당해 가해자가 물리력을 사용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유형력의 정도도 중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최근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간음)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충남 천안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A씨는 지난 2010년 원생 B(당시 9세)양의 신체를 만지는 등 강제로 추행하고, 2014년 4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강의실 등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5년부터 B양이 학원에 다니지 않자 당시 10살이던 동생 C양을 강제추행 하는 등 2021년까지 11년 동안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거나 강제로 추행한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범행에 대해 "피고인은 자신을 스스로 방어할 능력도 부족한 어린 나이의 피해자들을 성적 착취의 대상으로 삼아 왔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전과가 없고 유형력의 정도가 매우 중하다고 보기 어려워 원심이 선고한 형량은 적절해 보인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후 일각에서는 범행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음에도 '유형력의 정도가 매우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2심 판결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전문가들은 유형력은 성폭행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폭행 등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성범죄 사실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안성훈 변호사(법무법인 법승)는 "유형력이라는 개념 자체가 '신체에 고통을 줄 수 있는 물리력의 작용'"이라며 "보통 폭행을 했을 때 유형력의 행사가 있다고 보는데, 피해자가 어린 자매들이다 보니 그 당시에는 강한 저항을 하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형력의 정도가 중하지 않다는 판단은 성폭행 범죄를 범한 방법에 신체적 폭행 등 물리력 행사가 얼마나 있었는 지에 국한된 판단"이라며 "때리거나 포박을 하는 등의 강한 폭행 행위가 동반된 것은 아니라는 부분을 고려한 판결"이라고 부연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도 "(범행 과정에서) 직접적인 폭행, 협박은 없었다는 취지의 설시(說示·알기 쉽게 설명함)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현실적으로 피해자들이 (어렸기 때문에) 세뇌당해서 성폭행 범죄에 저항하지 못한 부분이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A씨가 세뇌당해 저항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에게 물리력을 사용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유형력의 정도도 중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취지이다. 아울러 "세뇌당했다거나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는 것은 형법상 처벌되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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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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