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통산 500경기’ 기성용의 진심 “훈련 참여 대신 관리 받을 때 미안”
입력 2023.07.13 09:54
수정 2023.07.13 09:55
12일 수원FC와 홈경기 출전으로 프로통산 500경기 금자탑
뛰어난 자기 관리로 정평 “논다 생각할 수 있는데 열심히 관리하고 치료”
프로축구 FC서울의 대표 선수이자 국가대표 레전드였던 기성용이 프로 통산 500경기 출장을 달성한 소회를 밝혔다.
기성용은 12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2라운드’ 수원FC와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 활약하며 팀의 7-2 대승을 견인했다.
2006년 서울에 입단해 이듬해 프로 무대에 데뷔한 기성용은 2009년 말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으로 이적하며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이어 스완지시티, 선덜랜드, 뉴캐슬(이상 잉글랜드), 마요르카(스페인) 등에서 활약하며 유럽 무대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또한 국가대표로는 2010년 남아공 대회를 시작으로 총 3회 월드컵에 나서는 등 A매치 110경기에서 10골을 기록했다.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이날 수원FC전까지 총 193경기에 나선 기성용은 셀틱(87경기), 스완지시티(162경기), 선덜랜드(34경기), 뉴캐슬(23경기), 마요르카(1경기) 등 유럽 커리어를 더해 프로통산 500경기 출전을 이뤘다.
경기 후 기성용은 “팀이 지난 몇 경기 동안 아쉬운 모습을 보였었는데 홈에서 많은 골을 넣고 선수들이 다시 좋은 분위기를 만든 거에 대해 만족스럽다”며 “개인적으로 뜻깊은 경기였는데 팀에 보탬이 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프로통산 500경기 출전에 대해 2주전에 알았다는 그는 “사실 특별하게 생각은 안하고 있었는데 벌써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게 허무한 것 같기도 하다”며 “내가 처음 데뷔했을 때가 2007년도다.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나 같은 곳에서 500경기를 채울 수 있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운동장은 그대로인데 내가 많이 변한 거 같아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는 프로 데뷔전이었던 대구FC와 경기를 꼽았다.
기성용은 “많은 경기들이 기억에 남지만 그래도 프로 첫 경기가 가장 떨렸던 것 같다”며 “그 당시 어린 나이에 경기에 뛸 수 있을 것이라 상상도 못했는데 귀네슈 감독님이 동계훈련부터 기회를 많이 줘 개막전부터 데뷔하게 됐다. 긴장도 많이 했고, 프로 첫 발 설렘이 잊혀 지지 않는다”고 돌아봤다.
이제는 은퇴를 고민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이지만 팀은 프로통산 500경기를 뛴 베테랑이 좀 더 그라운드에서 활약을 펼쳐주길 기대하고 있다.
안익수 서울 감독은 “참 많이 노력한 것 같다. 축하해주고 싶다. 내가 프로서 256경기를 했는데 나의 2배를 뛰었다. (기)성용이다운 숫자다.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앞으로도 많은 경기에 나서길 기대한다. 오래오래 귀감이 됐으면 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기성용은 향후 계획에 대해 “목표는 잡아둔 건 없다. 팀이 항상 우선이라 생각한다. 개인의 목표를 이루는 것 보단 팀이 잘 돼야 한다”며 “내가 팀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그만둘 생각을 해서 그런지 매 경기가 소중한 경기들이다. 목표를 크게 잡기 보단 1경기 1경기 다가오는 게 소중하다. 가족들은 오래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거 같은데 동기부여도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런 부분들을 다 고려해서 마지막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선수 생활을 그만둘 생각’이라고 밝혔지만 그는 여전히 서울의 핵심 전력이다.
이날도 중원에서 노련한 경기 조율은 물론 양발로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쏘아 올리며 수원FC 골문을 위협했다. 후배들에게도 여전히 귀감이 되고 있다.
서울의 에이스 나상호는 “‘500경기’라는 숫자를 들어보니 정말 말도 안 되는 것 같다. 진짜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대한민국의 형”이라며 “내가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성용이형 하는 몸 관리를 토대로 나도 은퇴하기 전까지 잘 배운 걸 토대로 뒤따라가 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제 누군가의 롤모델이기도 한 기성용이지만 그는 후배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그는 “예전에는 노력을 참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하다보면 몸에 무리가 많이 와서 예전보다 많이 못하는 게 서글픈 것 같다. 어린 선수들보다 훈련 참여를 못할 때가 있다. 어린 선수들이 훈련할 때 나는 관리를 한다”며 “그럴 때 참 미안하기도 하다. 선수들은 내가 논다 생각할 수 있는데 그 시간에 열심히 관리하고 치료하고 있다”고 남모를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기성용은 “100% 만족스럽진 않지만 관리를 철저히 해서 이 자리까지 왔기 때문에 앞으로 더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 최대한 잘 관리하려고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