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민심 '술렁'…'서울·양평 고속道' 백지화 과연 가능할까
입력 2023.07.12 06:09
수정 2023.07.12 06:09
元 '전면 백지화' 선언, 양평·하남·광주 '사업재개' 촉구
양평군민, 범대책위원회 발족 등 집단행동
"예타 통과 후 사업계획 얼마든지 변경 가능"
"국책사업 무산 힘들어…당초보다 사업 지연 가능성"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한 데 대해 지역 주민들의 민심이 들끓고 있다. 국토부는 정쟁이 계속되는 한 사업 재개는 불가능하단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거짓 선동에 의한 정치 공세에 민주당이 혈안이 돼 있는 한 양평군민이 안타깝고 국토부도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지만 추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 하남시와 양평군을 잇는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지난 2017년부터 국토부가 추진해온 사업이다. 지난해 7월 관계기관이 해당 노선에 대해 논의하던 중 종점을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바꾸는 대안 노선이 등장해 이번 논란이 시작됐다.
강상면 인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토지가 확인되면서 민주당이 특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원 장관은 사업 백지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토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더라도 타당성 조사 및 기본설계 등을 거쳐 최종 사업계획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 1999년 이후 타당성 조사 단계에서 고속도로 종점이 변경된 경우는 총 14건으로 드문 사례가 아니란 설명이다.
특히 이번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양평군이 원하는 대로 강하IC를 포함해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선 종점 변경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또 대안노선이 차량 분산효과가 더 뛰어나고 상수원 보호구역을 우회해 환경 훼손 지역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업비는 100억원가량 더 투입되지만, 교통량이 늘어 장기적으로 경제적이란 판단이다.
백원국 국토부 2차관은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관련 브리핑을 갖고 "예비타당성 조사는 말 그대로 사업성이 있느냐를 들여다보는 것이고 타당성 조사는 여러 경제적, 환경적으로 적절한지 종합 검토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국가사업이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의혹이 있으면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업 불능상태에 도달했다고 보고 스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 공방으로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직접적 피해를 입게 된 양평군민들은 사업재개를 위한 범군민대책위원회(범대위)를 꾸렸다. 범대위는 10만 군민서명 운동과 더불어 총궐기대회를 준비 중이다.
장명우 범대위 공동위원장은 "지난 2008년부터 약 15년간 군민의 염원을 담아 추진해온 사업이 군민의 열망과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쟁의 대립과 혼란 속에 백지화돼 허탈하고 절망적"이라며 "지역의 현안이자 숙원인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조속한 재개와 전면 백지화 철회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출정식에 참석한 전진수 양평군수 역시 "최종 종점인 강상JC를 가짜뉴스로 덮고 특혜 의혹을 제기해 백지화된 현실에 많은 군민이 울부짖고 있다"며 "양평 발전의 초석을 만들 강하IC를 원치않는 군민이 있다면 당장 손을 들어달라"고 대안노선으로 사업이 재개될 수 있도록 뜻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도로가 지나는 경기 광주시와 하남시도 양평군과 공동 대응에 나섰다. 하남교산 3기 신도시의 핵심 교통대책 중 하나인 데다 광주시의 교통 인프라 개선에 효과적인 사업이 중단되면 이들 지자체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이제 막 예타를 통과한 사업에 대한 계획 변경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지역사회가 우려하는 것처럼 사업이 전면 무산되긴 사실상 힘들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타당성 조사를 거쳐 사업이 확정되고 기본계획으로 넘어가 예산까지 편성됐다면 문제가 된다"면서도 "(현재는) 예타만 통과한 계획이어서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권에서 땅값 얘기를 하는데, JC는 고속도로와 고속도로가 겹치기 때문에 지가 변동이 있을 수 없다. IC의 경우 1.5~2배 정도 오를 수 있는데 논란이 되는 (김건희 여사의) 땅은 전혀 관계가 없지 않냐"며 "외려 민주당이 제 발등을 찍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국가도로망종합계획으로 추진되는 국책사업인데 장관의 말 한 마디, 관련 논란이 불거졌다고 사업이 엎어지는 건 어불성설. 현재로선 사업이 말 그대로 '중단'된 것"이라며 "다만 여야 정쟁으로 당초보다 사업이 늘어지게 되면 그만큼 민심도 돌아서게 된다. 조속히 개선점을 찾아야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