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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히면 죽는다’ 라면값 인하가 불러온 나비효과 [기자수첩-유통]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3.07.10 07:06 수정 2023.07.10 07:06

식품에서 외식 등 다른 분야로 가격 인하 목소리 커져

불매운동 등 직접적인 움직임 보다 정부 압박에 의존

현재 지지율에 취하지 말고 근본적인 대안 마련해야

서울 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

“이번 라면값 인하로 정부의 지지도가 올라갔을지 모르겠지만 나중에는 독이 될 수 있다. 기업을 압박해 가격을 내리는 일이 반복되면 반대로 가격이 오를 때마다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도 높아질 것이다.”


최근 라면값 인하를 놓고 식품업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그간의 가격 정책이 과도했다는 반성부터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한 불만 그리고 앞으로 가격을 올릴 때마다 정부 눈치를 봐야한다는 한탄 등 다양한 반응이 섞여 있다.


그 중에서도 이번 라면 가격 인하가 점차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가격 인하 품목이 늘어 단순하게 식품기업의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보다는 정부의 한 마디에 기업의 가격 정책이 오락가락 할 수 있다는 일종의 두려움이다.


지난달 경제부총리가 한 TV프로그램에서 밀가루와 라면 가격 인하를 언급한 이후 주요 라면생산기업들은 일제히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작년부터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를 비롯해 물가 안정에 동참해달라는 요구가 수차례 있었지만 이번처럼 공정위와 담합을 언급하며 라면을 콕 짚은 것은 이번 정부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라면업계에 이어 밀가루를 주요 원재료로 사용하는 제과, 제빵업계 그리고 편의점 등 유통업계도 일제히 가격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나서기 전에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가격 인하 등을 통해 물가안정에 동참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등 떠밀려 마지못해 하는 것 보다는 자발적인 결정이 국민들의 더 큰 지지를 받았을 것이란 얘기다.


식품‧유통업계가 주도한 1차 가격 인하 러시는 이제 마무리됐지만 이번에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2라운드가 시작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가격을 인상한 아이스크림을 비롯해 1마리 3만원 시대가 열린 치킨 등 외식 분야로 가격 인하 요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치킨 가격 인상 당시 인상 브랜드를 대상으로 일부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해당 기업의 실적이 크게 하락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비자들의 이목이 기업이 아닌 정부에 쏠리고 있다. 라면 가격 인하 이후 정부에 거는 기대가 커진 탓이다.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정부의 압박이나 쓴소리가 없어서 최근 아이스크림이나 수입맥주 가격이 올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수많은 소비재 품목의 가격을 정부가 모두 컨트롤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장경제체제를 무시하고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이 반복되면 시장이 혼탁해질 수 있다.


반대로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질 수 있다.


정부가 나서면 식품기업들이 빠르게 가격을 내린다는 것을 한 차례 학습한터라 정부의 입을 바라보는 국민들이 늘어난 셈이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이번 라면 가격 인하 사태를 가볍게 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들의 기대가 큰 만큼 정부의 조치도 한층 가혹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부를 향한 현재 국민들의 지지가 언제든 불만, 불평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앞으로 국민들이 납득할 만큼의 가격 안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불만이 기업이 아닌 정부로 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윤 정부의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다양한 지지율 상승 조건 중에는 라면을 비롯한 식품가격 인하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현재의 지지율에 취하기보다는 근본적이고도 장기적인 물가안정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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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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