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왜 한국계 러시아인을 독자제재했나
입력 2023.06.28 15:09
수정 2023.06.28 15:12
국내서 범죄 혐의 받던 중
해외로 출국해 활동…
불법 금융활동, 합작투자 등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정부는 28일 한국계 러시아인 최천곤과 그가 설립에 관여한 회사 등을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불법 금융 활동, 대북 합작투자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행위에 대한 책임 추궁은 '외국인'도 예외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모양새다.
정부에 따르면, 최천곤은 한국인이었으나 러시아 국적을 취득해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며 북한 정권을 위해 활동해왔다. 최천곤은 1957년생으로 본래 이름은 '최청곤'이지만, 러시아 말에 '이응' 발음이 없어 독음에 따라 최천곤이라고 특정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 당국자는 "최천곤이란 사람이 과거 국내에서 범죄 관련 수사 중 해외로 출국했다"며 "나중에 러시아 국적을 획득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최천곤이 한국 국적을 갖고 있을 때 범죄를 저질렀다기보단 범죄 혐의를 받고 있었던 것"이라며 "지명수배가 내려졌고, 그걸 피해 러시아로 도피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천곤은 금융 관련 범죄 혐의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적을 바꾼 최천곤은 제재망을 벗어나기 위해 몽골에 '한내울란'이라는 이름의 위장 회사를 설립하고 북한의 불법 금융 활동을 지원했다. 북한 조선무역은행 블라디보스토크 대표인 '서명'과 공동 투자 형식으로 러시아 무역회사 '앱실론'을 설립하기도 했다. 서명이 소속된 조선무역은행은 2017년 안보리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바 있다. 안보리 결의(제재)는 북한 단체 및 개인과의 합작 사업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는 "최천곤에 대한 제재 지정은 외교·정보·수사 당국이 긴밀히 공조해 우리 정부가 한국계 개인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첫 사례"라며 "최천곤이 불법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동인의 국내 금융망에 대한 접근 차단을 통한 대북 제재 위반 활동을 제약하는 실질적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천곤이 제재 회피를 위해 설립한 회사와 조력자까지 포괄적으로 지정해 제재 효과를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했다.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개인·기관과 외환거래 또는 금융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각각 한국은행 총재 또는 금융위원회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 허가 없이 거래하는 경우 관련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한편 이번 조치로 윤석열 정부가 독자제재 리스트에 올린 개인과 기관은 각각 45명, 47곳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