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은 동성혼 합법화'…생활동반자법 누가·왜 추진하나
입력 2023.06.21 13:53
수정 2023.06.21 15:00
용혜인 발의, 법사위 1소위에 회부
다양한 가족 형태 제도화 및 보호 명분
박범계 "프랑스는 가족 개념 6개로 확장"
한동훈 "취지는 이해, 사회적 합의 필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이 논의되고 있다. 법안심사1소위에 회부된 이 법안은 당사자들의 '합의'에 따라 법적으로 가족에 준하는 효과를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우리 법체계에서는 가족의 유형으로 혈연과 혼인 만을 두고 있는데, 이를 확대해 다양한 가족 개념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법안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구체적으로 생활동반자 관계 사이에서 △재산분할청구권 △귀책사유 있는 상대방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 △사회보험·출산휴가·인적공제·가정폭력방지 등의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사실상 혼인에 준하는 법적 효과를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가족 개념 다양화 요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산업 발전에 따른 거주 형태의 변화, 혼인 비용의 부담 등의 원인으로 혼인율은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고 이에 따라 출산율까지 저해하고 있다는 판단이 배경에 깔려 있다. 또한 청년세대뿐만 아니라 전 세대에 걸쳐 1인 가구 비중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제도화해 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프랑스의 민법은 가족 개념을 6개 정도로 나열하고 있는데, 다양한 가치관이 법에 의해 보호되는 나라에는 필적하지는 못하더라도 (다양한 가족 개념을) 국가의 법체계로 끌어들여 보호할 필요가 크다"며 "다양한 가구 형태가 있고 오리지널 가족보다 더 가까운 가족이 있음에도 법적 보호가 안 돼 복지적 측면의 혜택을 못 보는 현실"이라고 했다.
정부는 상당히 신중한 입장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문제 인식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이런 방향을 가진 나라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가족 개념을 확대하고 법적 의무와 권리를 부여하는 것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가족관계 설정은 모든 국민에게 직접 영향을 주고 가족에 대한 철학까지 건드리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조정훈 "본질은 동성혼, 정확히 알고 숙의해야"
'가족 개념 다양화'라는 말로 단순화하고 있지만, 제도화할 경우 친양자 관계, 부양을 포함한 의무 관계, 상속 등 법적으로 규율해야 할 범위가 현실적으로 상당하다. 가족에게 부여되는 법적 권리와 복지혜택을 '당사자 합의'로 악용하는 폐해 역시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무엇보다 우리 법에서 금지하는 '동성혼'을 사실상 가능하게 한다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는 "생활동반자 관계는 우리 사회의 가족 관계를 한 단계 진일보시킨 형태"라며 "동성혼이라고 해서 안될 것처럼 혐오하거나 차별하는 것처럼 발언하며 논의를 진행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새로운 가족 제도로 사회통합이 깨진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정부가 사회적 합의라는 변명의 장막 뒤로 숨지 말고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발은 '진보'로 분류되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에게서 나왔다. '가족 개념 확대를 통한 법적 보호 강화'라는 레토릭을 제외하고 보면, 생활동반자관계법의 본질은 '동성혼 합법화'에 있다는 것이다. 명분으로 끌고온 '1인 가구'의 경우 별도의 '1인 가구 정책'으로 풀 문제지 가족 문제로 접근할 것은 아니라는 게 조 의원의 생각이다. 본질을 흐려 공론화와 사회적 타협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민주당이라는 것이다.
조 의원은 "생활동반자관계법을 보면 충분히 의도적으로 동성혼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는 생각"이라며 "우리가 동성혼에 대한 준비가 돼 있는지, 가족 아닌 다른 관계에서 가족에게 부여한 혜택을 주는 것이 공동체 운영에 맞는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하는데, 법안 설명을 보면 참 교묘하게 빗나가 있다. 법무부에서 이런 부분을 정확히 정의하고 분명한 입장을 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동성혼을) 지지하는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반대하는 분들도 시대에 뒤쳐졌거나 바보가 아니다"며 "반대 입장을 충분히 듣고 숙의 전 법안을 통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독일은 동성혼을 입법화하면서 생활동반자관계법을 폐지했다. 생활동반자관계법의 목적이 동성혼 합법화에 있다는 방증"이라며 "동성혼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께 본질을 정확하게 알리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차별금지법 등도 마찬가지"라고 부연했다.
21일 본회의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한동훈 장관은 "민주당이 동성혼에 대한 법제화를 추진하는 것이라면 정정당당하게 주장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생활동반자관계법을) 두고 마치 동성혼이 아니라 1인 가구라며 핵심을 피해가듯 하는데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동성혼 법제화는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느냐가 중요하며, 소수자 보호와 법제화를 구현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