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PERI-데일리안 심포지엄] "정부 저출산·고령화 정책 충분한 검토 없이 급조…사업 수만 늘어"
입력 2023.06.21 17:49
수정 2023.06.21 18:13
고영선 "문제는 풀리지 않고 정부 사업만 쏟아져…중소기업 관련 사업 수만 1000개 넘어"
"출산휴가·육아휴직 정책 있어도 중소기업서 활용 못 해…자영업자 비해 대기업 일자리 적어"
권기섭 "고용 보충역 역할 고령층, 노동 핵심인력 활용돼야…노동시장서 오래 일하도록 지원해야"
"고령자 및 여성 경제활동 높이려면…비정규직 문제 완화, 임금체계 개편 등 동반 필요"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정책평가, 새 지평을 열다!' PERI Symposium 2023에서 세션4 '노동 및 인구정책 평가' 시간이 진행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저출산, 고령화 관련 정책들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급작스럽게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 정부의 사업 수만 의미 없이 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영선 KDI 부원장은 21일 오전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정책평가, 새 지평을 열다'를 주제로 열린 2023 PERI-데일리안 심포지엄에서 토론자로 나서 "정부의 정책이 형성되는 일련의 과정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 특정 정권의 문제는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 부원장은 "이는 '정책 실패 사이클'이라고도 불리는데, 가령 저출산이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생기면 그것에 대한 정책을 만드는데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고 급작스럽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청년 실업이나 주택문제 등이 그간 충분한 검토와 평가 없이 짧은 시간 만에 만들어져 왔다"며 "이런 까닭에 문제는 풀리지 않고 정부 사업만 쏟아지고 있다. R&D 사업분야를 살펴보면 사업 수만 400개가 된다는 통계가 있고, 중소기업 관련해서는 1000개가 넘는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수가 너무나 많지만 어느 하나도 뚜렷한 성과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충분한 사업 평가를 통해 잘된 사업과 못된 사업을 구분하고, 효과가 없는 사업을 걸러내고 잘된 사업을 통해 사업 효과성을 높이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우선 여성 경력단절 문제를 보면, 한국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등의 정책이 있으나 기업에 따라 활용하는 방식이 다르다. 중소, 영세기업으로 갈수록 제도가 있어도 근로자들이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영업자가 많은데 비해 대기업 일자리는 많지 않다"며 "여성의 경제활동도 쉽지 않다. 여성들의 애로가 큰 상황인데 경제가 조금 더 선진화, 대기업화, 규모화가 돼야 저출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노동 및 인구정책 평가' 토론하는 고영선 KDI 부원장.ⓒ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고 부원장은 그러면서 "저출산 문제가 전체 경제 구조와 연결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정책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며 "한국은 유독 재벌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이 있는데 반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많이 지원해주고 사회보장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이런 시각이 우리 저출산 문제 중 하나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노동개혁이란 너무나도 중요한 과제다. 그런데 일반 기업이나 청년들이 노동개혁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며 "노동개혁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선진국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책을 천천히, 차근차근 효과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며 사회구성원 간 충분한 논의와 타협, 상생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은 다가올 인구구조 변화에 대해서 전향적 외부인력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 차관은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속도는 매우 빠르다. 이는 곧 국가의 잠재성장률 하락과 부양인구 증가에 따른 재정건전성 저하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혁신이 벌어지고 사람들이 하는 일 자체가 변하고 있다. 그간 고용 취약계층으로서 보충역 역할을 하는 고령자, 여성, 외국인이 현 사회에서는 노동시장의 핵심인력으로 활용이 돼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보다 교육수준이나 숙련도가 높아진 고령층은 그들이 원하는 만큼 노동시장에서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결혼·출산·양육이 개인에게도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 및 인구정책' 토론하는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그는 "고령자나 여성의 경제활동을 전반적으로 높이려면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등을 완화시키고, 제도적으로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등을 통해 임금체계 개편이 같이 동반돼야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고령자 관련해서는 2017년 모든 기업의 정년이 의무화 됐지만, 이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집중돼 있고 중소기업 상당수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50대 초중반에 근로자들이 퇴직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한국의 임금체계는 연봉의 영향이 압도적으로 크다. 이는 공정성에 민감한 청년들에게는 세대간 갈등의 유발원인으로도 지목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기업, 정규직 쪽의 출산율이 앞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경력단절 후 재취업할 때는 낮은 일자리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공동육아를 확대하고 배우자 출산휴가나 인센티브 지급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나 산업구조 문제 등과 동반되는 문제인 만큼 함께 정부와 기업 모두가 함께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권 차관은 끝으로 "고성장 및 압축성장 시대에 기존의 노동규범 들이 그간 통용됐다면, 앞으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지속가능한 노동시장 구축을 위해선 현재의 노동규제와 법제가 과연 유효한지 봐야 한다"며 "이를 개혁하는 과정이 현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 작업이다. 지속가능한 노동시장 구축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