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임금 체불’ 데이원 제명 결정 “허재 대표에게도 책임 묻겠다”
입력 2023.06.16 09:07
수정 2023.06.16 09:49
프로농구 KBL(한국농구연맹)이 선수단 임금 체불 등 재정난에 시달린 고양 데이원의 회원 자격을 박탈한다.
KBL은 16일 오전 서울 KBL센터에서 제28기 제6차 임시총회 및 이사회를 개최하고 "데이원 구단의 제명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KBL 정관 제12조에는 구단을 운영할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이사회 심의를 거쳐 총회에서 75% 이상 찬성으로 문제의 팀을 제명할 수 있다.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에서 구단이 제명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김희옥 KBL 총재는 "KBL 정관 규정에 따라 고양 데이원 스포츠를 회원사에서 제명했다"며 "정상적으로 구단을 운영할 의사와 능력이 없다고 최종적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원은 연봉 체불 등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거짓과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리그 신뢰와 안정성을 크게 훼손했다"며 "열성적으로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한 "모든 선수가 안정되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도록 새 후원사나 인수 기업 선정, 특별 드래프트 시행 등 가능한 조치를 상황에 맞게 성실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KBL은 10개 구단 체제 유지와 9개 구단 체제를 모두 염두에 두고 후속 조치를 해나갈 예정이다.
데이원은 지난달 KBL 이사회에서 선수, 직원, 관계자 임금 체불을 비롯한 각종 부채를 이달 15일까지 해결하라는 마지막 통보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15일까지 재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KBL 회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고양 캐롯 점퍼스로 출범한 데이원은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하는 데이원자산운용이 2021-22시즌 종료 뒤 고양 오리온을 인수해 탄생한 구단. ‘농구 대통령’ 허재 전 국가대표 감독을 사장으로 세운 데이원자산운용은 “연고지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선언과 함께 네이밍 스폰서 도입 등 새로운 방식으로 나아갈 계획이었다.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보다 “과연 (저런 방식으로)농구단 운영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컸던 게 사실이다.
확신을 주지 못했던 데이원은 시즌 중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팀 운영도 더욱 어려워졌다. 가까스로 KBL 가입비 15억원은 기한을 넘겨 두 차례 걸쳐 납부했지만, 선수단 및 협력 업체 임금은 5개월 가까이 체불했다.
네이밍 스폰서 캐롯손해보험도 한 시즌 만에 계약을 해지했다. 오리온 측에 줘야 할 인수 대금도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데이원 선수단은 정규리그 5위에 이어 4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KBL은 "데이원 소속 선수 18명은 모두 보호할 것"이라며 "부산시가 남자 프로농구단 유치 의사를 강하게 밝힌 점을 고려해 부산시와 새로운 인수 기업을 물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KBL은 데이원 소속 선수들 연봉을 6월 1일 이후분부터 KBL이 우선 지급하고 추후 적절한 방법으로 환수할 계획이다. 긴급 생활자금도 대여하기로 했다. 또 인수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 9개 구단 체제로 2023~2024시즌을 준비한다. 이럴 경우 KBL은 다음달 말 소속 선수 18명 전원을 대상으로 특별드래프트를 실시한다.
한편, KBL은 데이원 경영총괄 박노하, 구단주이자 스포츠총괄 허재 공동대표에게 이번 사태에 상응한 행정적, 법률적 책임도 물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