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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앞당긴 내연차 시대의 종말 [저공해차 시대①]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3.06.16 07:00
수정 2023.06.16 07:00

140년간 근대 산업 발전 이끈 내연차

‘지구온난화’ 주범 낙인에 역사 속으로

빈자리 꿰차며 급성장한 친환경차

국가 지원 속 갈수록 경쟁 치열

지난 2021년 제네시스, 제너럴모터스(GM), 메르세데스-벤츠, 볼보차 등이 완성차 업계가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계획을 선언한 가운데 서울 마포구 강변북로의 배출가스 5등급 운행제한 차량 단속 카메라 모습. ⓒ연합뉴스

내연차 시대가 저물고 있다. 1885년 칼 벤츠가 만든 가솔린(휘발유) 엔진차로부터 시작한 내연 자동차는 ‘기후위기’라는 복병을 만나 시대의 뒤안길로 물러나는 중이다. 140여 년 동안 인류 발전에 한 획을 그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지구를 병들게 하는 주범으로 몰리면서 화려했던 시절에 작별을 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유럽연합(EU)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 차량의 ‘완전한’ 퇴출을 결정했다. 유럽의회는 올해 2월 내연차 퇴출 관련 법안도 통과시켰다.


EU의 내연차 퇴출 결정은 자동차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란 평가다. 내연기관 탄생지에서 내려진 사망 선고라 더욱 그렇다. 최근 독일 등에서 합성 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은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는 있으나, 내연기관 종말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뒤집기엔 무리다.


내연차 종말을 앞당긴 것은 지구다. 정확히는 환경 오염이다. 휘발유와 경유 등 내연기관 연료는 산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이산화황, 일산화탄소 등을 내뿜는다. 흔히 ‘매연’이라 부르는 이들 성분은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손꼽힌다.


기후위기가 가속할수록 내연차가 내뿜는 매연에 관한 원망도 커졌다. 내연기관이 미움을 사는 사이 친환경이란 이름으로 전기, 수소차들이 시장을 삼키기 시작했다. 특히 전기차는 지난 20여 년 동안 내연기관의 가장 강력한 대체재로 성장했다.


사실 전기차 역사는 내연기관보다 오래다.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앤더슨이 디젤차보다 50년 앞선 1834년 최초 전기차를 만들었다.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는 자동차 산업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배터리 등이 가지는 기술적 한계 때문이다.


전기차가 처음부터 대중성(상품성)을 가졌더라면 연구를 거듭해 문제점을 보완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세기 후 가솔린·디젤엔진이라는 혁신적 기술의 발명으로 대량 생산체계가 갖춰지면서 전기차는 꽃도 한 번 피워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듯했다.


전기차를 회생시킨 건 뜨거워진 지구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지구 기후 변화 상황을 ‘위기’로 간주, 본격적인 대책을 고민하면서 전기차의 시대도 본격 문을 열었다.


지난 2월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 실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자동차 총판매량은 8063만 대다. 이 가운데 전기차는 802만 대를 차지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2021년 8144만 대보다 1% 줄었지만, 전기차는 같은 기간 68% 늘었다.


서울 중구 한 전기차충전소에서 국산 전기차이 충전하고 있다.ⓒ뉴시스ⓒ
정부 지원 바탕 세계 3위 올라선 국산 전기차


전체 차량 가운데 순수 전기차 비중도 2021년 5.9%에서 지난해 9.9%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한 자동차 10개 가운데 1대는 전기차였다는 의미다. 특히 전체 자동차 시장이 축소되는 와중에도 전기차 판매량이 지속해서 늘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국내 전기차 판매량도 크게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는 2550만3000대로 전년 대비 59만2000대(2.4%) 늘었다. 늘어난 차량 가운데 친환경차(전기·수소·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72.8%다. 출고된 신차 10대 가운데 7대 이상이 친환경차다.


지난해 늘어난 순수 전기차는 15만8000대다. 전년 대비 68.4% 많아졌다. 수소차는 1만 대 늘어나 전년보다 52.7% 많아졌다. 하이브리드는 26만2000대 늘어나 28.9% 증가율을 보였다.


국내 전기차 성장에는 정부 정책도 큰 몫을 차지한다. 친환경차 구매보조금이나 세제 감면 등 직접적인 지원과 함께 온실가스 규제 강화를 비롯한 다양한 정책 지원이 전기차 성장 힘을 보탰다.


환경부는 2010년부터 ‘그린카 발전전략’이나 ‘환경친화적자동차 개발 기본계획’ 등을 토대로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450만대로 높이는 내용의 ‘무공해차 중심 저공해차 분류·지원체계 개편방안’도 내놓았다.


이 밖에도 ▲저공해자동차 보급 목표제 ▲공공부문 무공해차 의무구매 비율 강화 ▲한국형 무공해차 전환100 사업 ▲수소차 개발 실증사업 ▲수소상용차 보급지원단 발족 등 친환경차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정책 지원을 바탕으로 국내 완성차(전기차) 업계와 배터리 업계 세계 시장 점유율은 크게 높아졌다. 한국의 전기차 수출액은 2018년 11억 달러에서 지난해 81억7575만 달러로 4년 사이 7.5배 늘었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 전기차 수출액은 81억7575만 달러(약 10조8000억원)로 독일(264억 5524만 달러)과 중국(200억 8888만 달러)에 이은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친환경차 시장이 지속 성장하면서 앞으로 더욱 치열한 경쟁을 예상한다. 특히 그동안 전기차 시장을 외면하던 전통의 강호 일본 완성차 업계가 본격적으로 친환경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가 간 경쟁도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이나 중국의 ‘중국제조 2025’ 계획 등은 노골적인 자국 기업 지원 내용을 내놓고 있다. 유럽연합(EU) 또한 ‘그린딜 투자계획’을 통한 친환경 산업과 반도체산업 육성을 추진하면서 앞으로 세계 주요 선진국들의 친환경차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시장 주름잡는 K-전기차, 숨은 공신은 ‘환경 정책’ [저공해차 시대②]…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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