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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큰 산봉우리" "中에 순응"…중국 앞에서만 작아지는 문재인·이재명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3.06.13 00:10
수정 2023.06.13 06:49

싱하이밍 中대사 "베팅 후회" 발언 일파만파

민주당 일각서도 "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여당에선 '문 전 대통령' 당시 굴욕 외교 소환

일각선 "野, 핵심 지지층 결집 노림수" 분석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예방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 간 면담에서 불거진 '굴욕외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선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도 중국과 외교에서 굴욕을 겪었던 만큼 민주당이 중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민주당의 친중(親中) 행보가 이념적인 근거에서 비롯된 강성 진보 지지층을 챙기기 위한 행위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찾아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대화를 나눴다. 이 대표와 싱 대사 간 면담은 지난 달 주한중국대사관에서 민주당이 제안해 성사됐다. 민주당에선 이 면담이 이번 정부 들어 무너진 대중(對中)외교의 활로를 뚫는 역할을 했다고 자화자찬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9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경색된 한·중간 경제협력을 복원해서 대중 외교를 살려내고 경제 활로를 찾기 위해 중국 대사를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 면담은 논란 대상으로 떠올랐다. 싱 대사가 A4 용지 5장 분량의 원고를 꺼내들어 약 15분간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주한중국대사관이 언론에 제공한 싱 대사 발언에서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른 건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서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며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의 패배를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이라는 대목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같은 싱 대사의 발언을 "당당한 주권 국가인 대한민국을 향해 중국에 대한 순응을 강요하고 콩고물을 얻으라는 식의 자세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고 규정하고 명백한 내정간섭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지난 9일 싱 대사를 초치해 문제 발언에 항의하기도 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더 있다. 싱 대사는 "중국은 거대한 시장을 갖추고 있고 대외 개방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며 "우리는 한국이 대중국 협력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하고 중국 시장과 산업 구조의 변화에 순응하며 대중 투자 전략을 시기적절하게 조정하기만 한다면, 분명히 중국 경제 성장의 보너스를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현재 한중(중한) 관계가 많은 어려움에 부딪쳤다. 솔직히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발언도 문제로 떠올랐다.


해당 발언에 대한 문제 의식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공유되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싱 주한중국대사가 이 대표를 관저로 초청해 윤 정부의 한미 동맹 외교를 정면 비판한 것에 대해 "내가 봐도 좀 부적절했다"며 "저렇게 야당 대표를 불러놓고 본인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외교 관례에도 안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도 SBS라디오에 나와 "우리가 첫 단추를 잘못 꼈다"며 "지금 싱하이밍 대사나 중국의 거친 반응, 거친 대응, 이건 뭐 중국을 잘했다고 두둔하고 싶진 않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2월 14일 중국 국빈방문중 당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 환영행사에서 왕이 중국외교부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여당에서는 이 같은 발언이 이 대표에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야당 대표는 대한민국 의전서열 8위다. 아무리 정부와 여당이 밉다고 해도 자국 외교노선을 겁박하는 내정간섭 앞에 머리를 조아려서야 되겠느냐"며 "문재인 전 대통령 시기부터 보여준 삼궤구고두례 수준의 굴욕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이 지적한대로 민주당의 대중(對中) 굴욕 외교는 문 전 대통령 당시에도 있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은 취임한지 6개월이 조금 넘은 시점에 중국을 방문했을 때 이 같은 굴욕을 당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2월 14일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당시 국빈 공식환영식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문 대통령과 악수 뒤 악수한 오른손으로 문 대통령의 왼팔을 툭 치면서 논란이 일었다. 문 대통령이 가슴을 두드린 건 친근감의 표시로 해석될 수 있어도 왕이 부장이 바로 문 대통령의 팔을 친 것은 외교적으로 결례라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굴욕 외교는 다음 날인 2017년 12월 15일 열린 베이징대 연설에서 더 확대됐다. 문 전 대통령은 연설문 곳곳에서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 "대국"이라고 치켜세우고 한국을 "작은 나라"라고 지칭하면서 중국이 주변국을 보다 넓게 포용해줄 것을 강조해 논란을 빚었다. 실제로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중국은 단지 중국이 아니라 주변국들과 어울려 있을 때 그 존재가 빛나는 국가다.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많은 산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지는 것과 같다"고 언급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그런 면에서 중국몽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서는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란다"며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 책임 있는 중견국가로서 그 꿈에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장됐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민주당의 친중 행보가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깔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념적 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면 제대로 세상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 정치권의 적대감이 굉장히 심해지면서 민주당 입장에선 친중 정서가 강조된 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금 악재가 계속되는 민주당 입장에선 핵심 지지층을 다른 데로 도망가지 못하게 딱 묶어놔야 되는 입장"이라며 "지금 민주당이 위기의식 때문에 결집하고 있고 또 결집을 바라는 결과가 이번 사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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