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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하고 집에 오니 하자 발견…중고거래 환불 보장 확대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3.06.12 15:30
수정 2023.06.12 15:30

중고 물품 거래액 24조원 넘게 성장

중고 거래 분쟁 4년 사이 8배 늘어

분쟁해결기준·자율준수 가이드라인 시행

최근 중고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고 거래가 잦아졌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자녀가 어릴 적 보던 도서전집을 판다는 게시글이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오자, A씨는 20만원을 주고 거래하기로 했다. A씨는 판매자인 B씨에게 도서 상태에 대해 여러 차례 문의했고 특이점, 하자 등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직거래로 수령하고 집에서 살펴보니 판매 시에 말한 것과 달리 찢김, 낙서, 물감 자국, 찍힘 등이 있음을 확인했다. A씨는 전액 환불을 요구했지만, B씨는 “완전히 찢김도 아니고 중고물품 특성상 일부 사용감은 감안해야 할 부분”이라고 거부했다.


결국 이 다툼 중재가 이뤄지지 않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내 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분쟁위)로 회부됐다. 결국 분쟁위는 위 매매계약에 대한 A씨의 전액 환불 요청을 수용했다. 분쟁위는 “이 사건에서 매수인이 구매 전 수차례에 걸쳐 매매 목적물인 도서의 하자부분에 대해 문의했고, 매도인이 하자 없다는 답변으로 거래가 이뤄진 것”이라며 “매수인이 주장하는 찢김, 낙서 등은 매매 목적물의 하자에 해당해 매매대금 20만원을 환불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분쟁위가 지난 4월 발간한 ‘안전한 개인 간 전자거래를 위한 가이드북’에 소개한 매매 목적물 분쟁 실제 사례다. 중고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는 가운데 거래 당사자 간 분쟁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중고 물품 거래액 규모가 2008년 약 4조원에서 2021년 약 24조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고물가에 경기 침체 등으로 중고거래 시장 내에서 덩치를 키우는 플랫폼들의 수익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중고거래 플랫폼 매출액은 당근마켓 499억원, 번개장터 305억원, 중고나라 101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3사 합계 매출이 900억원을 넘어섰다. 반면, 중고거래가 급증하면서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개인 간 분쟁 사건도 2019년 535건에서 지난해 4200건으로 약 8배 증가했다.

하자있는 중고거래물품 환불 길 넓어진다…소비자 안전 확보
중고거래 플랫폼 사업자 제품안전·분쟁해결 협약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12일 당근마켓, 번개장터, 세컨웨어,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 4개사와 중고거래 플랫폼 사업자 제품안전·분쟁해결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이 증가하고 위해 제품 유통이 많아짐에 따라 소비자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했다. 이에 중고거래 플랫폼 사업자는 소비자24 내 국내·외 리콜 정보를 확인한 뒤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플랫폼 이용자에게 알려줌으로써 위해 제품 유통을 신속하게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 간 분쟁이 증가함에도 개인 간 거래는 전자상거래법 등이 적용되지 않아 기존 피해구제·분쟁절차 및 기준 등을 활용하기 어려웠다. 공정위는 이번 협약을 통해 원활한 분쟁 해결에 앞장설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분쟁해결기준을 마련해 이용자에게 알리고 공정하고 투명한 분쟁 해결 절차를 마련·운영하기로 했다. 또 중고거래 분쟁해결기준 및 공정한 중고거래를 위한 자율준수 가이드라인을 즉시 시행하기로 했다.


분쟁해결기준은 실제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 분쟁이 발생할 경우의 구체적인 합의 또는 권고의 기준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중고거래로 휴대폰을 샀는데, 수령 후 3일 이내 판매자가 전혀 고지하지 않은 중대한 하자가 정상적인 사용상태에서 발생한 경우 수리비를 배상해 주거나 전액 환불해야 한다. 또는 10일 이내에 발생했다면 구입가 50%를 환불하도록 합의안을 권고하는 식이다.


가이드라인은 플랫폼 사업자가 분쟁을 해결하는 데에 적용하는 표준적인 절차와 기준이다. 판매자는 물건 하자 등 중요 정보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구매자는 게시글 판매 내용을 성실히 확인해야 하는 등 중고거래 당사자가 준수해야 할 사항들을 규정하고 있다.


위해 제품을 반복적으로 판매하거나 사기 피해 또는 분쟁을 상습적으로 유발하는 판매자가 사업자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 전자상거래법 등에 따라 행정처분이 가능하다. 공정위는 개인 간(C2C) 거래를 이용한 사업자 소비자법 위반행위를 적발해 적극 집행할 예정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빠른 성장과 함께 소비생활에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다른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소비자 안전과 다양한 개인 간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개선이 필요한 소비자 문제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플랫폼 사업자가 분쟁 해결 세부기준과 절차를 마련해 분쟁 발생 시 이번에 마련한 기준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조정할 수 있다”며 “상습적으로 피해를 유발하는 판매자 중 사업자 성격이 강한 판매자는 전상법 등에 따라 조치할 수 있도록 구매자에게 관련 사항을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고거래는 공유경제의 중요한 모델의 하나로서 시장참여자 신뢰가 중요하다”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중고물품 온라인 유통시장이 더욱 ‘신뢰 높은 시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장덕진 한국소비자원장은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자들이 안전한 제품을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중고거래 제품안전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공하겠다”며 “분쟁이 지속 발생하는 품목에 대한 분쟁해결 기준을 확대하고 협약 당사자 간 긴밀한 협력이 가능하도록 정례적인 협의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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