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선거구제' 꺼내며 개혁 첫걸음…'새정치 시대' 열까 [尹, 새로운 국민의 나라 ⑫]
입력 2023.05.08 06:00
수정 2023.05.08 06:00
신년 화두로 '선거제 개편' 던진 尹 대통령
대선 때부터 강조해 온 '정치개혁'에 첫 발
1라운드, 전원위에선 합의안 도출에 실패
2R '공론조사' 돌입…임기내 개편에 눈길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신년을 맞아 던진 화두 중 국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선거제 개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2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선거제는 다양한 국민의 이해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하는데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며 "지역 특성에 따라 2명·3명·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정치 시작 전부터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 왔다.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선거제 개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TV 토론회에서도 "국민들의 대표성이 제대로 보장되도록 중대선거구제를 오랫동안 정치하기 전부터도 선호해왔다"며 선거제 개편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선거제 개편에 대한 의지는 최근에도 드러났다. 지난 2일 여당 지도부와 만찬을 가진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재차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한 의지와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 문제를 초래했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참석자들의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여야 합의'가 필수적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이번엔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윤 대통령의 선거제 개편을 통한 정치개혁 의지는 뚜렷하다. 선거제 개편을 통한 정치개혁은 소멸위기를 맞은 지방의 균형발전 문제와도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선거제 개편과 정치개혁은 과거 정부들이 모두 시도했던 정책이지만 국민들이 만족할만한 뚜렷한 성과를 내는데 실패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윤 대통령도 언급한 바 있는, 지난 총선 당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2019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 전체 의석을 300석으로 고정하되 비례대표 의석수를 지역구 의석수와 정당 득표율에 연동하는 준연동형(50%)으로 수정했지만,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탄생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그 결과 거대 양당 구도가 되레 심해지는 결과를 낳으면서 실패한 사례가 되고 말았다.
이를 고려한 윤 대통령이 신년 화두로 '선거제 개편'을 던진 건 정치를 바꿔보자는 의지에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선거제 개편은 금세 화두로 떠오르면서 19년 만에 '전원위원회'로 연결됐다. 윤 대통령이 던진 선거제 개편 화두가 1라운드를 맞이한 셈이다.
하지만 전원위에서의 논의는 특별한 결과를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지난달 10~13일 열린 전원위에서 여야는 선거구제 개편 및 의원 정수 확대·축소, 비례대표 확대·폐지 등 핵심 사안에 대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특히 한 지역구에서 1명을 선출하는 현행 소(小)선거구제와 지역구별로 2명 이상의 의원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는 지난달 19일 국회의장실이 지난 10~13일 열린 전원위 논의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의장실이 토론에 나선 여야 의원 100명(민주 53·국민의힘 38·비교섭단체 9) 발언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은 도농복합선거구제(44.7%)를, 민주당은 소선거구제(39.6%)를 각각 선호했다. 비례대표 선출 방식으로는 국민의힘은 전국·병립형제(42.1%)를, 민주당은 권역별·(준)연동형제(56.6%)에 상대적으로 더 무게를 뒀다.
윤 대통령의 강력한 선거 개편 의지는 이제 2라운드에 접어들게 된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6일부터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 총 3차례의 공론조사에 돌입했다. 1차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의 성인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다음 달에는 권역별·성별·연령별로 비례 모집한 500명의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2차·3차에 걸친 숙의 공론조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에 정치권 뿐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이번 선거제 개편이 이뤄져 정치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김진표 의장은 "승자독식 선거제 때문에 여야 정당은 눈앞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국민 전체의 동의를 구하기보다 지지층 결집에만 몰두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며 "이제 부끄러운 정치에서 바꿀 때가 됐다. 정치가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을 이끌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우리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선거제 개편이 결실을 맺어 윤 대통령이 드러낸 정치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기우 인하대 명예교수는 "비록 전원위의 성과는 없었지만 선거구개편에 대한 논의가 양성화된 것은 진일보라고 평가하고 후속 활동기구과 일정에 대한 국회의 명확한 입장발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론화의 성공을 위해서는 과정과 절차가 내용보다 더 중요하다"며 "국회는 공론화 과정을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아야 하며, 참여자는 특정 진영·특정 이념의 대표자가 아니라 국민과 공익의 대표자로서 중립적인 관점에서 성찰하고 경청·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