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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냄새 제발!’ 골프 대회에서의 낯선 흡연 [기자수첩-스포츠]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3.05.06 07:00
수정 2023.05.06 07:00

지난주 열린 DP월드 투어에서 일부 선수들 버젓이 흡연

국내 KPGA 투어에서는 적발 시 최대 100만원 징계 규정

한 외국인 선수와 캐디가 연습 그린 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 데일리안 김윤일 기자

골프장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이라면 카트를 타고 가며 피우거나 티샷을 한 뒤 걸어가며 주머니에 손을 넣는 이들이 있다. 숨길 수 없는 담배연기는 흡연을 하지 않는 동반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골퍼라면 흡연 구역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 것이 일반적이다. 즉, 골프장에서의 담배라면 일부 몰상식한 애연가를 제외하면 최대한 불을 붙이지 않는 것이 상호 존중하는 예의가 된지 오래다.


프로 선수들은 어떨까. 사실 과거에는 경기를 치르며 떳떳하게 담배를 입에 무슨 모습이 일반적인 때도 있었다. 벤 호건, 아놀드 파머, 샘 스니드, 잭 니클라우스 등 전설적인 골퍼들의 과거 사진을 찾아보면 입에 담배 또는 시가를 물고 있는 모습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또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다.


사실 골프장 내에서의 흡연은 위험천만한 일을 야기할 수 있다. 바로 화재다. 만약 날씨가 건조하다면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가 잔디를 훌렁 태우는 것은 물론 더 큰 화재를 불러올 수도 있다. 여기에 그린 위에 재를 터는 행위가 나온다면? 볼썽 사나운 ‘담배빵’이 새겨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DP월드 투어 코리아 챔피언십 프리젠티드 바이 제네시스’ 대회가 열린 인천 송도 소재 잭니클라우스 GCK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바로 선수와 캐디의 흡연이었다.


대회 취재를 위해 현장을 찾았던 기자는 연습 그린에 가자마자 코끝을 자극하는 담배 연기에 시선이 끌렸다. 이 대회는 유러피언 투어를 겸해 열렸기 때문에 절반에 가까운 외국 선수들이 참가했고 이들 중 일부가 담배를 입에 물고 퍼팅 연습에 한창이었다. 이를 지켜보는 캐디들 또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연초를 바닥에 털면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봤다.


코스를 한 바퀴 돌았다. 몇몇 티샷 존에서도 어김없이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나마 안도의 한 숨을 내쉴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담뱃불을 확실하게 짓밟아 끈 뒤 꽁초 또한 쓰레기통에 넣어줬다는 사실이다.


DP월드 투어 코리아 챔피언십이 열린 인천 송도 소재 잭니클라우스 GCK. ⓒ KPGA

곧바로 KPGA 규정집을 찾아봤다. 사실 투어 규정에도 흡연을 금지하고 있지 않으나 ‘흡연 등은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와 방송을 보고 있는 수많은 골프 팬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미디어 대응 가이드 제4조-(5)-①)’라고 명기되어 있다.


여기에 징계양정기준표를 살펴보니 금연구역에서 흡연 적발 시 투어 레벨에 따라 30만원, 20만원, 10만원의 벌금을 매긴다고 나와 있다. 여기에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장면이 방송에 노출될 경우 100만원의 제법 큰 벌금이 주어진다.


협회 측에 문의를 했다. “정말이냐?”는 물음과 함께 “사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유럽 선수들은 DP월드 투어 규정을 따르고 있으며 흡연과 관련한 이렇다 할 징계 규정이 없다”라는 답을 받았다.


KPGA와 DP월드투어는 2025년까지 국내서 연 1회 공동 주관 대회를 열기로 약속했다. 제발 내년 열리는 대회에서는 따로 흡연 구역을 마련하고 팬들이 버젓이 지켜보는 티샷존 등에서는 흡연 금지라는 로컬 룰이 삽입되기를 바라본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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