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배터리 소재사, 다음 스텝은 ‘전구체 내재화’
입력 2023.05.04 06:00
수정 2023.05.04 06:00
美 IRA 시행으로 시급해진 전구체 탈(脫)중국
LG화학·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 등 전구체 생산 확충
전기자동차 배터리 수요 급증으로 성장 궤도에 안착한 배터리 소재업체들이 이제는 전구체 내재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전유물이었던 전구체까지 내재화 해 소재 밸류체인을 제대로 구축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단 전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등 배터리 소재사들은 최근 전구체 생산시설을 확충하겠다며 나섰다.
전구체는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양극재의 필수 원료로, 양극재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전기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양극재와 함께 중간 소재인 전구체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그간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등 4대 핵심소재 내재화에만 집중해왔던 국내 배터리 소재사들이 너도나도 나서기 시작했다. IRA 시행이 배터리 공급망에서의 중국 배제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전구체 국산화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IRA 시행에 따라 배터리 소재 광물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일정 비율 이상 조달해야 하지만, 현재 배터리 소재사들은 전구체 대부분을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국무역협회의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전구체 중 중국산 비중은 95.3%나 된다. 국내 생산비중은 약 13%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원료 공급망의 안정성이 중요해짐에 따라 전구체의 국내 생산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국내 생산능력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소량 정도밖에 만들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 배터리 공급망이나 배터리 소재 공급망 구축이 화두가 되고, 글로벌 정세가 불안해지니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은 안정적인 소싱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현 시점에서는 중국 업체들과 손잡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
LG화학과 포스코퓨처엠은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 기업인 화유코발트와 각각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LG화학은 2028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새만금국가산업단지 6공구에 전구체 공장을 건설한다. 2026년까지 5만t, 2028년까지는 10만t의 양산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약 1조 20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용 양극재의 중간소재인 전구체와 고순도 니켈 원료 생산라인을 건설할 계획이다. 공장은 2027년까지 경상북도 포항 블루밸리산단 내 26만7702m²(약 8만평) 부지에 설립된다. 전구체 생산능력은 연산 1만 5000t에서 44만t으로 확대하고, 전구체의 자체 생산비율은 14%에서 73%까지 높일 예정이다.
에코프로는 차기 성장 동력으로 ‘전구체’를 꼽았다. 에코프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IPO(기업공개)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현재 각 2개씩 있는 전구체 생산 및 원재료 추출 공장을 4개로 확대시킬 계획이다.
생산능력은 현재 5만t에서 2027년까지 21만t으로, 원재료 추출 능력은 현재 3만6000t에서 20만7000t으로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