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면 뛰지마’ 염갈량의 비효율 도루 지시
입력 2023.05.02 14:23
수정 2023.05.02 14:23
팀 도루 1위 기록 중이지만 실패 횟수 또한 압도적 1위
견제사와 주루사에서도 불명예 선두, 반면 팀 타율도 1위
LG 염경엽 감독은 적극적인 선수단 관리는 물론 경기 중에도 다양한 작전을 구사하는 사령탑으로 유명하다.
올 시즌부터 새롭게 LG 지휘봉을 잡은 염 감독이 내세운 팀 컬러는 바로 ‘뛰는 야구’.
실제로 LG는 올 시즌 65개의 도루를 시도,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 부문 2위인 NC(38회)보다 2배 가까이 되며, 가장 적은 KT(10회)보다 6배나 많다. 즉, 올 시즌 전체 도루 시도의 25.5%를 담당하는 팀이 바로 LG다.
도루는 1개 아웃카운트와 루상의 주자를 담보로 시도하는 것이기에 성공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LG 주자들의 성공률이 높은가라고 묻는다면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LG의 도루 성공률은 60%로 10개 팀 중 최하위이기 때문이다. 비단 팀 도루 성공률의 순위를 떠나 75% 이하라면 도루 시도를 가급적 자체해야 한다는 것이 야구계 정설이기에 지금까지 LG의 뛰는 야구는 성공이라 말할 수 없다.
염 감독이 주자들에게 적극적인 도루 시도를 주문하는 이유는 상대 배터리, 더 나아가 내야진을 흔들고자 함이다.
주자들이 출루해 도루를 시도할 경우 상대 입장에서는 내야 수비의 위치를 조정할 수밖에 없고 볼 배합 역시 직구의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염 감독은 이 때 발생하는 빈틈을 노리겠다는 것.
실제로 염경엽 감독은 최근 잦은 도루 실패가 화두로 떠오르자 “나만 옳다고 생각하면 문제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도 옳다 생각하고 팀으로서 움직이고 있다. 낮은 성공률은 갈수록 올라갈 것”이라며 무작정 뛰는 것이 아닌 상대 투수에 따라 시도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도루로 인해 지는 경기 보다 이기는 경기가 많았다. 내 기준으로 도루 실패 때문에 넘어간 경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제는 LG 선수들 가운데 뛰는 것에 능한 이가 있냐라는 것이다. 팀 내 도루 1위를 기록 중인 신민재(7성공, 2실패)가 주루플레이에 능하지만 방망이가 받쳐주지 못해 대주자 요원으로밖에 쓰이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다.
홍창기는 성공 횟수(6개)보다 실패(7개)가 더 많다. 홍창기의 발은 느린 편이 아니지만 도루는 발만 빠르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다. 타고난 센스가 훨씬 더 중요한데 홍창기는 이 부분에서 의문 부호가 붙는다. 그래서 2루로 가는 것보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횟수가 더 많다.
적극적으로 도루를 시도할 수 있는 자원은 오지환과 박해민이 있으나 이들 모두 30대 초중반에 접어들어 자칫 무리한 주루플레이가 부상을 야기할 수도 있다.
고민은 도루뿐만이 아니다. LG는 올 시즌 10개 팀 중 가장 많은 주루사(21회)를 당하고 있으며 견제사 또한 3번으로 이 부문 1위다.
LG의 올 시즌 팀 타율은 0.299로 2위 KT(0.263)보다 훨씬 높은 압도적 1위다. 장타율 역시 유일한 4할대(0.407)로 한 방까지 갖추고 있다. 시즌 개막 후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표본이 이렇게 나온다면 도루 시도보다 타자들의 방망이를 더 믿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