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두 개의 태양은 없다"…홍준표에 칼 빼든 김기현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3.04.14 00:15
수정 2023.04.14 00:15

김기현, 최고위서 홍준표 당 상임고문 해촉 결단

김기현-홍준표 패권전쟁?…정치권 다양한 해석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홍 시장이 '상임고문 자격'을 내세우며 '김재원·전광훈 문제'로 김 대표를 연일 비판하자, 아예 그 자격을 박탈해버린 것이다. 홍 시장의 '김기현 지도부'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김 대표가, 홍 시장을 향해 칼을 빼든 모습이다.


대선주자급 홍 시장은 당 서열 1위인 김 대표를 향해 "전광훈 목사에게 무슨 약점을 잡힌 것이냐" 등 수위 높은 비판을 해왔다. '김기현-홍준표' 설전이 반복되면서, 자칫 여권 내 권력투쟁으로 비칠 양상까지 보인 터였다.


김기현 "지자체장, 상임고문 활동 사례 없어…관례대로 정상화한 것"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촉 이유에 대해선 "당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이나 지자체장으로 활동하는 분은 안 계신 게 관례였기 때문에 그에 맞춰 정상화 한 것"이라고 했다. 홍 시장은 지난해 10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당시 당 상임고문으로 위촉됐다.


앞서 이날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김 대표는 홍 시장을 겨냥해 "수차례 자중을 요구했음에도 당에 악영향을 증폭시키는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문제를 놓고, 김 대표를 비판해 왔다.


김 대표는 "최근 우리 당 지도부를 두고 당 안팎 인사들의 과도한 설전이 도를 넘고 있다"며 "우리 당 정치인이 어떤 특정 목회자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건 궤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원도 아니고 다른 당을 창당해 그 당의 실질적 대표로 알려진 특정 목회자가 억지를 부리는데 우리가 일일이 언급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해촉 사실이 알려진 직후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여러 건의 글을 올리며 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첫 번째 글에서 "엉뚱한데 화풀이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잘못돼가는 당을 방치하고 그냥 두고 가만히 보고만 있겠냐"며 "비판하는 당내 인사가 한둘이 아닌데 그들도 모두 징계 하는게 어떠냐. 이참에 욕설 목사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고 쏘아 붙였다.


홍 시장은 또한 자신의 상임고문직 해촉 절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 "해촉 절차는 최고위 의결이 필요 없고, 그냥 당대표 결정으로 해촉이 가능하다"고 밝힌 뒤였다. 상임고문 해촉은 최고위 의결사항은 아니며, 당직 임면권·추천권을 갖는 당대표 직권사항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홍 시장은 "임명도 비상대책위원회 의결을 거쳐서 한 것인데 해촉도 최고위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최소한 협의는 거쳐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유 수석대변인은 추가로 공지를 내고 "상임고문 위촉은 최고위 의결사항이 아닌 협의사항이고, 해촉은 협의조차 필요 없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최고위원 협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홍 시장은 이날 올린 마지막 글에는 "되지도 않을 사람을 밀어 당대표 만들어 놓았더니 느닷없이 뒤통수나 친다"며 "나는 늘 앞통수를 치지만 그렇게 뒤통수 치는건 비열한 짓"이라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홍준표, 김기현 리더십 의도적 흔들기?


김 대표가 '홍준표 상임고문 해촉'이라는 결단을 내리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그동안 홍 시장에게 개인적으로 "당을 흔들지 말아달라"고 여러 번 부탁했다고 한다. 그래도 홍 시장이 '전광훈·김재원 문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자 이날 결국 공개적으로 상임고문 해촉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의 이날 결단에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광훈·김재원 관련 문제 제기는, 홍준표 시장 말고는 없다"며 "김 대표 입장에서는 홍 시장이 김 대표의 리더십을 의도적으로 흔들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당 안팎에서 '김재원 수석최고위원 설화' '전광훈 목사 문제' 등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한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그 선두에는 늘 홍 시장이 있었다. 전날 당대표·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나온 김 대표를 향한 중진의원들의 쓴소리도 모두 그간의 홍 시장 발언 후에 나온 의견들이었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당 서열 1위 김 대표와, 대선주자급 홍 시장이 'TK(대구·경북)' 패권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현재까지 TK의 맹주는 홍준표 시장인데, 최근 윤재옥 원내대표가 당선되면서 상황이 묘하게 변했다"며 "김기현·윤재옥 체제에서 TK 패권을 잃지 않으려는 홍 시장의 불안감이 김 대표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은 "한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뜰 수 없지 않느냐"며 "김 대표가 홍 시장에 확실하게 경고장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TK 의원 중에서는 김승수 의원(대구 북을)이 가장 먼저 김 대표를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에 "최근 홍 시장은 국민의힘과 김기현 대표에 대한 비판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며 "임기가 시작된지 이제 겨우 한달여밖에 되지 않았고, 내년 총선을 대비해 당의 총력을 모으고자 고심하는 당대표를 폄훼하고 흔드는 것이 과연 우리 당을 위한 것인지, 오히려 해당 행위는 아닌지 묻고 싶다"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그리고 김기현 대표의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던 대구 지역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윤석열정부의 성공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힘을 모아주시기를 간곡히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비윤계에서는 김 대표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정당에서 당내 구성원이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윤리위원회로 몽둥이 찜질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 상임고문 해촉까지 나온다"고 했다. 김웅 의원은 "막말은 괜찮지만, 쓴소리는 못 참나. 차라리 막말을 하라는 건가"라고 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