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125)] 스펀지 같은 뮤지컬 배우, 이지현
입력 2023.04.02 14:31
수정 2023.04.02 14:31
뮤지컬 '호프' 책갈피(앙상블)로 출연
6월 11일까지 유니플렉스 1관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공연은 무대 뒤의 스태프들과 무대 위의 배우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면서 완성이 되는 예술이다. 개개인의 능력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구성원들끼리의 ‘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배우의 덕목으로 ‘어울림’을 꼽기도 한다.
지난 2017년 ‘호오이 스토리’를 시작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뮤지컬 배우 이지현은 흔히 말하는 ‘스펀지’ 같은 흡수력을 가진 배우다. 어떤 작품에 들어가더라도 그 환경에 잘 흡수되려고 노력하고, 작품 속에서 앙상블로서 여러 가지의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해낸다.
-뮤지컬 ‘호오이 스토리’(17)로 데뷔하고, 벌써 6년이 지났어요.
처음에는 무작정 노래를 하는 것이 좋아서 실용음악이나 성악을 배워보고 싶다고 했는데 부모님께서 반대하시더라고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1학년 어느 날 교회에서 작은 연극을 하게 되었는데 부모님께서 재밌게 보셔서 때를 놓치지 않고 강하게 설득한 후 계속 뮤지컬 배우의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데뷔 당시는 제가 무대에서 연기하고 있다는 것이 꿈같이 행복했는데, 이제 일상이 된 후부터는 잔잔하게 계속 행복합니다.
-그동안 쉬지 않고 매년 작품을 해왔더라고요.
주어진 환경에 잘 흡수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작품의 장르마다 연기도 노래도 춤도 달라지니 부족하다면 계속 채워서 잘 흡수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배우 일을 해오면서 슬럼프는 없었나요?
매년 작품을 이어왔지만, 다른 욕심이 생겨서 몇 개월간 공백을 갖게 된 때가 있었습니다. 무대에서 살고 있지 않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작품을 만나게 되니 모든 게 해결되었지만요(웃음).
-현재는 뮤지컬 ‘호프’와 함께 하고 있어요.
너무 감사한 기회로 알앤디웍스와 함께하게 되었고, ‘호프’라는 작품까지 만날 수 있게 됐어요. 극중 배석판사, 요제프, 슐츠 등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배석판사는 재판장님과 함께 너무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재판을 진행해가는 어찌 보면 약간은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캐릭터이고, 요제프는 ‘호프’라는 작품에서 계속 언급되는, 죽은 후에 자신의 글을 인정받은 비운의 천재작가입니다. 마지막으로 슐츠는 과거의 호프가 수용소에서 만난 친구이자 유일한 지식인으로 암호를 해독하고 살아나가길 간절히 꿈꿨던 캐릭터입니다.
-맡고 계시는 캐릭터들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나요?
작품의 모든 캐릭터가 다 중요하기 때문에 똑같이 애착이 가는 것 같습니다. 쉽지만은 않았지만 주어진 환경에 잘 흡수되기 위해 상황과 분위기 그리고 내 주변의 캐릭터들을 열심히 느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습 과정은 어땠나요? 배우들과의 호흡이 궁금해요.
연습 과정 중 첫 대본 리딩을 끝내고 눈물바다가 되었던 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에게는 처음 겪는 일이었고, 리딩하는 동안 배우분들의 호흡이 굉장히 좋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연습실의 분위기는 늘 좋았습니다! 아, 그리고 ‘책갈피들(앙상블) 참 믿음직스럽다’는 말을 들었던 것도 특별히 기억에 남고요.
-앙상블로 참여하면서 힘든 부분은 없을까요?
역시 힘든 부분은 문득문득 나오는 저를 더 많이 보여주고 싶은 욕심입니다. 하지만 제 연기를 봐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무대에 서는 매순간 감사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극중 이지현 배우가 가장 애정하는 넘버(혹은 장면)가 있다면?
극중 마지막 넘버인 ‘판결’ 장면입니다. ‘호프’를 보며 마음껏 환하게 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간 ‘모래시계’ ‘엑스칼리버’ ‘그레이트코멧’ ‘그날들’ ‘드라큘라’ ‘마리 앙투아네트’ 그리고 ‘호프’까지 이지현 배우가 거쳐 온 작품들인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요?
앞선 질문에서 애정하는 넘버에서 제가 더 많이 나오는(웃음) ‘요제프.K’를 고르지 않은 것처럼, 정말 솔직하게 ‘호프’가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호프’를 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 ‘호프’는 그냥 꼭 봐야합니다. 하하.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대중을 만날지도 궁금해요. 꼭 해보고 싶은 작품, 캐릭터가 있나요?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은 너무 많아요! 우선 제가 만났던 소중한 작품들의 메인 배역으로 관객분들을 다시,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배우로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궁금한데요.
함께하는 분들과 즐겁게 작업하고 관객분들께 즐거움 드리면서 살아가려고 합니다.
-이지현 배우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배우도 있을까요?
이번에 ‘호프’에 참여하면서 함께하고 있는 선배님들이 제 롤모델이 되었습니다. 행복하게 연습하고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서로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셨고, 저 또한 다른 작품에서도 그런 자세로 임하려고 합니다.
-이지현 배우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요?
죽기 전까지 무대에서 관객분들께 즐거움 드리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