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할아버지가 5·18 학살 주범" 전두환 손자, 무릎 꿇고 유족에 사죄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입력 2023.03.31 16:56
수정 2023.03.31 16:57

"전두환, 민주주의 발전 도모하지 못하고…역으로 흐르게 해"

"가족들에게 5·18 물어보면 침묵하곤 해…폭동이라고 배워"

"늑대들 사이에서 평생 자라서 늑대처럼 살았다…죄책감 커"

5·18 진상조사위 및 기념식 참석 의사 밝혀…유족에 큰 절도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5·18 유가족인 김길자 씨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5·18 민주화운동 단체와 만난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27) 씨는 31일 "제 할아버지 전두환 씨가 5·18 학살의 주범"이라며 무릎 꿇고 대신 사죄한다는 뜻을 밝혔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 씨는 이날 오전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 리셉션 홀에서 5·18 유족·피해자들과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전두환 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라며 "민주주의의 발전을 도모하지 못하고 오히려 민주주의가 역으로 흐르게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가족들에게 (5·18에 대해) 물어보면 대화의 주제를 바꾸거나 침묵하는 바람에 제대로 듣지 못했다"며 "오히려 5·18은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폭동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 "양의 탈을 쓴 늑대들 사이에서 평생 자라왔고, 저 자신도 비열한 늑대처럼 살아왔다"며 "이제는 제가 얼마나 큰 죄인인지 알게 됐다. 제가 의로워서가 아니라 죄책감이 너무 커서 이런 행동(사죄)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용기로 군부독재에 맞서다 고통을 당한 광주 시민께 가족들을 대신해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며 "더 일찍 사죄의 말씀을 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 또한 죄악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고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동시에 그는 "제가 느끼는 책임감을 보실 수 있도록 앞으로 회개하고 반성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겠다"고 밝혔다.


필요할 경우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와 5·18 기념식 등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후 전 씨는 5·18 당시 가족을 잃은 오월 어머니들 앞에서 무릎 꿇고 큰절하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5·18 유가족에게 큰절을 하며 자신의 할아버지를 대신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월 어머니들도 울먹이며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며 전 씨를 꼭 안거나 손을 붙잡았다.


5·18 당시 고등학생 시민군으로 활약하다 숨진 고(故)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는 "그동안 얼마나 두렵고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며 "광주를 제2의 고향처럼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제부터 차분하게 얽혀있는 실타래를 풀어가는 심정으로 5·18의 진실을 밝혀 화해의 길로 나갑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8일 뉴욕에서 귀국한 전 씨는 인천공항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38시간 만에 석방됐다. 석방 직후 광주를 찾은 전 씨는 하루 동안 호텔과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며 5·18 단체와의 만남을 준비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