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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파운드리' 꿈꾸는 DB하이텍, 주총서 물적분할 안건 통과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3.03.29 13:08
수정 2023.03.29 13:09

DB하이텍, 29일 정기주주총회 개최

'DB팹리스'(가칭) 신설법인 5월 출범

소액 주주들, 여전히 거센 반발도

"LG화학과는 달라" 주주달래기 진땀

29일 DB하이텍은 경기도 부천 본사 5층 대강당에서 제7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팹리스(설계 부문) 사업 물적 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의장으로 나선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데일리안 임채현




DB하이텍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사업을 담당하는 브랜드 사업부의 물적분할 안건이 진통 끝에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DB하이텍은 파운드리와 팹리스 사업부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그럼에도 주총 현장에 참석한 일부 주주들의 반발은 끊이지 않았다.


29일 DB하이텍은 경기도 부천 본사 5층 대강당에서 제7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팹리스(설계 부문) 사업 물적 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의장으로 나선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올해 DB 하이텍은 매우 어려운 경영환경을 맞았다"며 "글로별 경기 침체로 반도체 역성장 전망이 지배적이고 공급망 불안과 고물가 지속되고 있어 내부적으론 가동률 하락과 가격 인하 압박 등으로 인한 실적 감소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에 파운드리는 고객 상충 이슈를 해소해 거래선과 제품군을 확대하고 브랜드는 전문 경영인 영입과 독자 경영체제 구축으로 새 길을 개척하고자 한다"고 자사의 물적 분할 이슈가 불가피함을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4년간의 파운드리 매출 성장 및 수익률을 강조하며 순수 파운드리 사업의 당위성도 덧붙였다.


최근 DB하이텍은 순수 파운드리 사업 영위 목적으로 추진 중인 팹리스 사업 물적분할과 관련해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상태다. 이날 주총을 하루 앞둔 전날까지 DB하이텍은 '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분할신설법인의 상장 여부에 대해 주총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모회사 정관에 명시하겠다'는 입장을 내고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29일 DB하이텍은 경기도 부천 본사 5층 대강당에서 제7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팹리스(설계 부문) 사업 물적 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DB하이텍


그럼에도 이날 주총 현장에서는 주주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특히 주주들은 전날 하이텍이 주주 친화 정책으로 발표한 '5년 내 상장 계획 없음'을 두고 설전을 이어갔다. 상장 계획이 없는 것이 아니라 5년이라는 유예 기간을 정해둔 것을 두고 "보호장치가 충분치 않다"고 성토한 것이다.


다만 주주들의 불만에도 이날 제5호 안건이었던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은 의결권 있는 주식의 찬성 53.0%, 참석주주 주식 찬성 87.1%로 가결됐다. 현재 DB하이텍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DB Inc. 및 특수관계인 17.85% ▲국민연금 7.94% 등이다. 지분 1% 미만 소액주주는 전체의 77% 안팎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그간 DB하이텍은 주력 사업인 8인치 파운드리 외에도 브랜드사업부를 통해 DDI(디스플레이구동칩)를 자체 설계하는 팹리스 사업을 병행해왔다. 이에 지난해 9월 이 브랜드사업부를 DB팹리스로 물적분할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기업 가치 하락을 우려한 주주 반발에 철회한 바 있다. 이후 6개월 만에 물적분할을 재추진해 통과했다.


분사 방식으로 물적분할을 택한 배경에 대해 DB하이텍은 "신설법인을 100% 자회사로 두면 신설법인의 실적을 모두 반영 받게 돼 분사로 인한 매출 감소가 발생치 않으며, 오히려 기존 브랜드사업으로 인해 진출하지 못했던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LG화학이 2020년 12월 배터리사업을 물적분할해 출범시킨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 사례를 들며 우려하는 주주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이 없기에 주주가치 훼손의 우려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LG화학의 주력이었던 배터리사업과 달리 DB하이텍의 브랜드사업은 비주력"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물적분할을 통해 분사되는 신설법인의 사명은 'DB 팹리스(가칭)'이며, 분할 기준일은 5월2일이다.


한편 DB하이텍은 이날 주총에서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 ▲이사 선임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 등을 결의했다. 주주제안인 제4-2호 감사위원회 위원 한승엽 선임의 건, 제6-2호 정관 일부변경(집중투표제 도입) 등은 부결됐다.


보통주 현금배당은 주당 1300원, 우선주 현금배당은 주당 1350원으로 통과됐다. 지난해 제70기 이사보수 승인 한도액은 40억원이었으며 집행 실적은 17억4900만원이다. 올해 제71기 이사보수 한도 승인액 역시 40억원으로 통과됐다.


DB하이텍 관계자는 "모든 주주분들의 의견을 겸허히 새겨듣고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파운드리와 팹리스 각각의 전문성 강화를 통해 세계적인 시스템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하라는 주주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명심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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