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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직무수행 위반 영양사 무조건 형사처벌 조항, 위헌"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입력 2023.03.27 15:32
수정 2023.03.27 15:32

현행 식품위생법 조항, 영양사 수행 직무 제한적으로 명시

헌재 "해당 조항 어떻게 개정할지 논의한 사실 확인 안돼"

"구체적이고 유용한 지침도 없어…명확성 원칙에도 위배"

"집단급식소 이용자 보호 위해서 규제 필요" 반대 의견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연합뉴스

집단급식소에 근무하는 영양사의 직무수행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위반시 무조건 형사처벌하는 현행 식품위생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A 씨가 낸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관련 처벌 조항을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서울의 한 유치원을 운영하는 A 씨는 영양사에게 연간 50만원을 내고 매달 식단표를 이메일로 받아 유치원 급식에 썼고, 영양사는 월 1차례만 유치원에 방문해 급식 관련 장부를 점검했다. 검찰은 A 씨가 고용한 영양사가 식품위생법 제52조 제2항에 규정된 영양사의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양벌규정에 따라 유치원 운영자인 A 씨를 벌금형에 약식기소했다.


식품위생법 제52조 제2항은 집단급식소 영양사가 수행하는 직무를 식단 작성, 검식, 배식 관리, 식품의 검수와 관리, 시설의 위생적 관리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과거 제52조는 '집단급식소 운영자는 영양사를 둬야 한다'는 내용만 있었는데 2011년 국회가 법을 개정해 기존의 내용은 제1항이 되고 지금의 제2항이 신설됐다.


이 같은 법 개정은 영양사의 직무 범위를 두고 조리사 등 급식소의 다른 종사자들과 분쟁이 발생하자 영양사의 직무 범위를 법에 명시해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였다. 그런데 식품위생법 벌칙 조항인 제96조는 법 개정 전후로 달라지지 않았다. 이 법은 제52조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이다.


헌재 재판관 5명은 이 같은 법 개정 과정을 언급하며 "국회가 당시 제96조를 어떻게 개정할지 또는 적용 범위를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논의를 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벌 조항(제96조)의 '위반'이라는 문언은 영양사가 직무를 수행하지 않은 경우 처벌한다는 의미만 전달할 뿐 기준에 관해 구체적이고 유용한 지침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유남석·이선애 재판관은 식품위생법 제96조가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영양사가 직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이은애·이미선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내 "집단급식소 이용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영양사의 직무 위반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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