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곳곳 소규모 재건축…시장 침체에 시공사 선정도 '삐걱'
입력 2023.03.24 06:21
수정 2023.03.24 06:21
'속도전' 앞세웠지만, 시공사 선정부터 난항
시장 불확실성↑…수익성 떨어져, 건설사 관심 '시들'
"일반 재건축 대비 경쟁력 없어…모아타운처럼 규모 키워야"
고금리와 자잿값 상승 등에 따른 주택시장 불확실성으로 정부와 서울시가 도심 내 공급 확대를 위해 추진 중인 소규모 재건축 사업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건설사들이 올 들어 국내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소극적인 데다 규모가 작아 일반 정비사업 대비 수익성도 떨어져 사업 절차 간소라는 장점에도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24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북구 일원 미아3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 공고를 냈다. 올 1월 진행한 현장설명회에 총 7개사가 자리했으나 지난달 실제 입찰에는 코오롱글로벌 한 곳만 참여해 유찰됐다.
지난 21일 개최한 2차 현장설명회에는 단독 입찰한 코오롱글로벌과 HJ중공업, 태영건설 등 3개사가 자리했다. 입찰 마감 기한은 오는 4월 11일까지며 두 차례 유찰되면 조합은 수의계약 전환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인접한 미아2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도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8월과 이달 14일 두 차례에 걸쳐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았으나 모두 유찰의 고배를 마셨다. 이밖에 관악구 봉천동 1535번지 일원, 마포구 망원동 464-1, 서대문구 홍은동 11-360 일원 가로주택정비사업 등도 시공사를 찾지 못해 사업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비롯한 자율주택정비사업, 소규모 재건축·재개발 등은 일반 정비사업 대비 복잡한 사업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단 점이 강점이다. 안전진단이나 정비구역 지정, 조합설립추진위원회 구성 등 절차가 생략돼 통상 10년을 내다봐야 하는 재건축과 달리 평균 3~4년이면 입주까지 마칠 수 있다.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에 따라 요건을 충족하면 각종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다. 사업 시행 가능 면적이 종전 1만㎡에서 2만㎡로 커졌고, '15층 이하' 층수 규정을 없애고 지자체 재량에 맡긴 것도 한몫했다.
이 때문에 규모가 작아서, 수익성이 낮아서, 주민 간 갈등으로 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하던 노후주택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정비사업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도심 내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곳은 166곳에 이른다. 지난해 4월(134곳)보다 23.8% 늘었다.
속도전을 앞세우던 이들 소규모 정비사업은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과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집값 하락 등 주택경기 침체로 제동이 걸리게 됐다.
건설사들이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핵심 입지의 수익성 높은 사업 위주로 선별 수주에 나서면서다.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늘어나는 가운데 브랜드 대단지 대비 가구수가 적고 상대적으로 부대시설 확충이 힘들어 수익성을 꾀하는 데 한계가 따른다.
안전진단 완화 등 재건축 관련 규제가 기존보다 크게 완화된 점도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 추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소규모 재건축이 활성화될 수 없는 이유는 결국 수익성에 있다"며 "사업이 초기 단계인 구역들은 일반 재건축으로 다시 돌아서려는 움직임도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노후주택이 밀집돼 있거나 주거환경 개선이 꼭 필요한 소규모 사업지들은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모아타운처럼 일정 수준 이상 규모를 키워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