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 물어보니 125]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헌재 결론은?
입력 2023.03.23 00:41
수정 2023.07.11 09:18
법조계 "당사자 적격만 인정될 가능성 높아…다른 쟁점, 받아들이지 않을 것"
"헌재, 검수완박 위헌 판단 여부 회피할 가능성 있어…민주당 반발 고려할 듯"
"전문가 의견 반영해 검수완박 입법 꼼꼼히 재검토해야…K-FBI 대안 될 수도"
"졸속 입법 막을 대책 필요…사회적 공감대 및 절차적 정당성 확보 우선돼야"
지난해 국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정당했는지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23일 나올 예정이다.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11개월 만인데, 법조계에서는 권한쟁의심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청구가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과,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실체적 판단을 회피할 것이라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다만, 검수완박 입법 자체에 문제가 많기에 국회가 해당 입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았다.
23일 헌재는 '검수완박' 입법 과정을 놓고 국민의힘 유상범·전주혜 의원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각각 국회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헌재 재판관 전원(9명)이 심리하고, 재판관 과반(5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인용·기각·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개정된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시작할 수 있는 범죄 범위를 종전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와 대형참사)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 중 특정 죄목으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원안 내용은 파행을 거치며 수정을 거듭했고, 검찰에 2대 범죄 수사권을 남기는 현행 '검수완박법'이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일로 청량리 법률사무소 정구승 변호사는 "쟁점 중 하나인 당사자 적격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수사권은 검사에게만 있다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점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 같다"며 "헌법에는 영장청구권만이 명시되어 있는데, 이를 근거로 소추권 나아가 수사권까지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동일성에 대해서도 명확성 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개념은 이미 형사소송법 전반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라며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역시 문제가 있는 조항이지만, 권한쟁의심판 대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재 결정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만 결론적으로 기각될 것 같다. 해당 조문은 문제가 많기 때문에 개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권한쟁의심판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며 "결국 국회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다시 한 번 이 부분에 대해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지금의 경찰청 소속 국가수사본부 형태가 아닌 기존에 제안되었단 K-FBI와 같은 형태의 독립 관청으로 두어 경찰은 치안, 수사본부는 수사, 검찰이 수사통제를 전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해보인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WILL 김소연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 측이 심판 청구한 취지대로 나올 것 같다. 변호사들도 검수완박 입법으로 인해 아우성을 치고 있고, 수사 실무를 맡은 경찰 수사관들도 힘들어 고충을 겪고 있다"며 "이처럼 법조계에서 비판적인 의견들이 다수이기에 (여론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하지만 검수완박 자체가 위헌인지 아닌지 또 검찰의 수사권이 헌법상 부여된 권한이냐 아니냐 이런 것들에 대한 판단은 논쟁적이기에 헌재가 판단을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며 "여소야대 국면에서 헌재가 판단하게 될 경우 민주당으로부터 강한 반발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실체적 판단은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는 "경찰에서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검수완박 입법이 진행됐다. 그래서 (경찰) 조사가 너무 길어지게 됐고, 검사는 수사에 형식적으로만 관여하는 상황이 됐다"며 "이런 상황이 벌어지다보니 검찰-경찰이 사건 하나를 처리하는데도 핑퐁식으로 주고받고 있다. 사기 사건만 해도 고소하면 검찰 송치하는 데까지 1년이 걸리게 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안 변호사는 "깊이 있는 검토를 하지 않고, 다수당이라는 힘의 논리로 입법을 진행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며 "그렇기에 성급한 입법을 막을 수 있는 방지책이 필요하다. 특히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후에 입법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