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 대만 총통, 중미 순방길 美 방문…中 결연히 반대
입력 2023.03.21 21:02
수정 2023.03.21 21:03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이달 29일부터 시작되는 중미 2개국을 순방하는 일정 중에 미국을 방문한다.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친중국 성향의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중국 본토를 방문할 예정인데 이와 비슷한 기간에 미국에 가겠다고 밝힌 것이다.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대만 총통부는 21일 차이 총통이 '민주의 파트너, 공영(共榮)의 여행'이라는 테마로 이달 29일부터 9박10일 일정으로 중미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하는 길에 미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한다고 밝혔다.
총통부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29일 대만에서 출발해 30일부터 뉴욕 경유일정을 소화한 뒤 내달 1일 과테말라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어 내달 3일 두번째 방문국인 벨리즈에 도착해 일정을 진행하고 5일 미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한 뒤 7일 대만으로 돌아온다. 차이 총통이 미국 경유 때 소화할 일정은 이날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대만 및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미국 경유 때 '로널드 레이건 재단과 연구소'의 초청에 따라 캘리포니아 남부의 레이건 도서관에서 연설할 예정이며 이곳에서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회동할 가능성이 있다.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은 1995년 6월 국민당 출신 리덩후이 당시 총통의 방미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이 총통은 취임 첫해인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해마다 경유 형식으로 미국을 방문한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을 지나 3년여만에 다시 해외 순방길에 미국을 경유하게 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어떤 형식의 미국과 대만의 공식 왕래도 반대하고 대만 지도자가 어떤 이유로도 미국에 가는 것을 반대하며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해 대만 당국과 접촉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경고했다.
왕 대변인은 "대만 지도자의 국경 경유는 거짓이고, 대만 독립을 선양하려는 것이 사실"이라며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개 공동성명(수교성명 등 양국 관계의 주요 성명) 규정을 준수하며 미국 지도자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실행으로 옮기며 미국과 대만의 공식 왕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차이 총통과 매카시 하원의장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중국의 항의는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감 고조 역시 불가피하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직접 방문하면서 중국은 합동 군사훈련과 “중대한 정치적 도발”이라는 비판으로 응수했다. 이미 이달 초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 보도가 나왔을 때도 중국은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미 정부에 해명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미 정부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차이 총통이 경유 형식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을 대만해협에서 공격적 행동의 수위를 높이기 위한 구실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