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방일 성과 부각해야 하는데…' 깊어지는 대통령실의 고심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3.03.21 04:00
수정 2023.03.21 04:00

尹대통령 "한일관계 개선 관해 국민 체감 후속 조치에 만전 기하길"

대통령실, 日 언론 '독도·위안부 합의' 거론 보도엔 "논의 안해" 재확인

"내질러놓고 슬그머니 빠져"…이례적으로 日 언론에 맹폭

기시다, G7에 尹 초청…대통령실 "한일회담 긍정 조치로 평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방일로 '한일관계 정상화'의 첫 단추를 끼우게 됐다는 평가 속에서 한일 정상회담 후폭풍이 계속되자, 대통령실은 20일 성과 부각에 더욱 총력을 쏟았다. 동시에 윤 대통령의 방일 이후 일본 언론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도 처음으로 쏟아냈다.


'대일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에서 독도 영유권 문제와 위안부 합의 이행,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등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거론됐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계속 나오자, 그대로 방치했다간 국내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 차례 독도와 위안부 문제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적이 없다고 말씀 드렸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아무 근거도 없이 일단 내질러놓고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슬그머니 빠지는 행태가 일본 언론에 있는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언론 행태에는 그런 게 없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가급적 이해를 하려고 하지만, 도가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외교 채널을 통해 적절하게 입장을 표시했다"며 "한일 정상회담이 끝나고 전혀 근거가 없거나 왜곡된 보도가 일본 측에서 나오는 것과 관련해 우리 외교 당국이 (일본 외교 당국 측에)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 방지를 당부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 정관계 인사들이 윤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수산물 수입과 관련한 얘기 꺼낸 적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선 사실상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 문제가 논의됐는지와 관련해 "두 정상이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를 했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수산물 수입 규제 문제는 일본의 다른 정치권 인사들이 윤 대통령을 예방하는 자리에서는 나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을 예방하는 자리에서 일본 정치인들 하는 발언의 95%는 대통령의 결단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협력 의지 표시였고, 나머지 5%가 자신의 지역구라든지 정당, 속한 단체와 관련한 내용들이었다"며 "정치인은 전 세계 어디서나 비슷하고, (이번에도) 뒤의 5%를 갖고 플레이한 것"이라고 했다.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과 관련해선 "정부 입장은 명확하다.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일이 있다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증명돼야 하고 정서적으로 우리 국민이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 그래야만 그 조치(수입 규제 철폐)를 시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방일 후속 조치 마련에 박차를 가할 것을 지시했다. 한일 정상회담 직후 부정적 여론이 국정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 만큼, 12년 만의 정상 셔틀외교 복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완전 정상화, 일본의 반도체 소재 3종 수출 규제 해제와 화이트리스트(수출 관리 우대 대상국) 배제 조치 철회 약속 등 방일 성과 홍보를 통해 여론을 회복해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19일) 브리핑을 통해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외교는 커다란 성공"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방일 결과를 언급하며 "한일관계 개선 및 협력에 관해 국민들께서 체감할 수 있도록 각 부처는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고 이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3일∼17일 전국 18세 이상 2,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p), 윤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2.1%p 하락한 36.8%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1.5%p 오른 60.4%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대통령실에선 일본의 만족스러운 호응 부재와 국내의 부정적 여론 확산에 따른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분위기지만, 한일 정상회담 여진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경제적 성과까지 묻히려고 하자, 속내는 은근히 복잡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지율 하락이 무서워서 꼭 해야 될 일을 안 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며 "일제 강제징용 문제 해법으로 '제3자 대위변제'를 내놓은 뒤 한일 정상회담을 하면, 당연히 국내 여론은 좋지 않고 대통령 지지율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일본이 보여준 반응은 아쉬운 측면이 크지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연내 방한 때 어떤 선물을 가지고 오느냐에 따라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외교가에선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추진될 경우 오는 6~9월 사이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기시다, G7에 尹 초청…한일회담 긍정 조치로 평가"

한편 교도통신·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인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5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을 공식 초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따른 긍정적 조치로 평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G7 회의에 참석할 경우, 이를 계기로 한미·한일·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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