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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뺏긴 디스플레이 위상 "1위 탈환하려면..."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3.03.16 16:46
수정 2023.03.16 16:48

정부, 2026년까지 62조원 투입 지원책 발표

업계, 글로벌 동향 짚으며 "애플에 신속 대응해야"

"패널업체, 세트업체의 동시 고민 필요해"

강민수 옴니아 수석연구원이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3년 상반기 디스플레이 컨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데일리안 임채현 기자


정부가 중국에 빼앗긴 디스플레이 세계 1위 탈환을 목표로 2026년까지 62조원을 투입하는 지원 정책을 발표하고 나선 가운데, 글로벌 디스플레이 기술개발 동향을 신속히 파악하고 업황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업계의 분석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애플이 향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가 된 만큼, 장기적으로는 한국이 노트북과 태블릿 등 IT용 디스플레이 산업을 키워 중국보다 앞서나가야한다는 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양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2023년 상반기 디스플레이 컨퍼런스'에서 "올해 시황이 여전히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면서 "다만 그럼에도 최악의 시기는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허무열 옴디아 수석은 "지난해 수요 부진으로 재고가 늘었는데, 앞서 2021년에 패널 구매량이 너무 많이 늘어났다"며 "결국 업체들의 악성재고 이슈가 터졌고 시황은 작년 말에 바닥을 쳤다. 올해 수요에 따라 시황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대체적으로 이날 컨퍼런스에선 '디스플레이 시장에 봄은 멀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허 수석은 "우크라이나, 코로나 등의 큰 이슈는 다소 지나갔지만 여전히 튀르키예 지진 등 부정적 이슈도 있고, 이로 인해 세트업체들이 패널 구매량을 늘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날 대형 TV 시장과 스마트폰 시장 위주에 대한 분석이 주를 이뤘던 것과 달리 이날은 중소형 패널에 대한 시장 동향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IT용 패널에서 디스플레이 업계를 쥐락펴락하는 미국 애플의 사업 방향에 따라 국내 패널 업체들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강민수 옴디아 수석 연구원은 "2024년 출시 예정인 아이패드에 OLED 패널에 채택되고 2026년부터 OLED를 탑재한 맥북이 양산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패널 업체들이 8세대(가로 2200㎜×세로 2500㎜) 이상 팹 확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아이패드는 연 5000만대 이상 팔리는 애플의 주력 제품이다. 맥북 역시 애플의 대표 노트북인데, 애플이 아이패드와 맥북에 LCD(액정표시장치) 대신 OLED를 적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영향력이 큰 애플의 OLED 패널 탑재가 스마트폰 중심의 중소형 OLED 시장의 전환점을 가져올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아이패드의 경우 스마트폰(아이폰)보다 물량은 적지만 면적이 넓고 부품 사양이 높아 대당 판가가 비싸다는 것이 패널 업체에 유리한 부분이다. 애플은 아이패드 OLED 패널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을 계획이다. 아직까지 중국 업체들의 OLED 기술력이 국내 업체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그럼에도 중국의 위협은 언제나 상존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옴디아 측은 "아직까지 중국 패널 제조사들의 투자가 LCD 중심이긴 했지만, OLED 성장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3개월 간 중국은 LCD와 OLED를 포함해 6000대 이상의 신규 설비 매매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내 패널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신사업 확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기술에서 그치지 않고 실용성과 수익성을 패널 업체와 세트 업체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허무열 옴디아 수석은 "삼성이 디스플레이 부분에서 현재 차별화 포인트를 찾기 어렵다, 폴더블이 있긴 하지만 하드웨어 업데이트가 아닌, 조금 더 획기적인 디스플레이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민수 수석연구원 역시 "패널 업체 입장에서는 폴더블·슬라이더블·스트레쳐블 등이 혁신이지만, 세트업체 입장에서는 마냥 반갑지는 않다"며 "기술적인 부분으로 인해 무게나 비용이 늘어나고 전력 소모도 증가한다. 과연 소비자들이 이것을 살 것이냐 하는 세트 업체의 입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 연구원은 "스마트폰 위주의 폴더블이나 롤러블 등은 성장하겠지만 IT나 대형 쪽으로는 성장 가능성이 낮아보인다"며 "볼륨 측면에서 스마트폰의 규모를 이기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LG 투명 디스플레이 역시 상업적인 곳에 소비자가 가야만 해당 디스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제한점이 있다"며 "장기적으론 박물관이나 아파트 같은 곳에 쓰일 수 있지만 개인용 디바이스로 가기엔 상당한 시일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월 디스플레이 산업을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한데 이어 15일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미래차·로봇의 6대 산업에 2026년까지 민간 주도로 550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한 상태다. 해당 육성전략 안건에는 '디스플레이 세계 1위 탈환'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이같은 안건을 내세운 것은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한국 위상이 점차 약화되고 있어서다. 옴디아에 따르면 150조원 규모에 달하는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1위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2021년 점유율은 41.5%로 33.2%를 차지한 한국을 앞질렀다.


정부의 결정에 업계는 "다소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반색을 표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육성전략에 투명, 확장현실(XR), 차량용 디스플레이 등에 대한 실증·시범 사업도 포함됐는데 이는 미래시장과 미래세대를 위한 선제적 정책"이라며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이 앞으로도 세계 강국 면모를 지속 유지하는 데 중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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