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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중국 兩會] 퇴임하는 리커창 “인민의 의견과 건의를 중시하라” 苦言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3.03.05 21:35
수정 2023.03.05 21:37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가 개막한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왼쪽) 국가주석이 리커창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개막식에서 A4용지 32장 분량의 정부업무보고를 54분간 낭독하는 것을 끝으로 임기 10년의 총리직을 갈무리했다.


물러나는 리 총리는 차기 정부를 향해 “정부의 업무에 대한 인민 군중의 의견과 건의를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만 여론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이다. 그는 앞서 지난해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뜻은 쉬운 일을 구하지 않았고, 일은 어려움을 피하지 않았으며, 행동은 위험을 피하지 않았다”고 지난 임기를 자평했다.


리 총리가 2013년 3월 열린 전국인대에서 처음 총리로 선임됐을 때 중국 전문가들은 그가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실세 총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당시 취임한 칭화(淸華)대 법학박사 출신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국방·외교 등을 책임지고 베이징(北京)대 경제학박사인 리 총리는 경제정책을 맡는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리 총리는 2007년 중국 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까지만 해도 시 주석과 나란히 서열 5∼6위로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입성했을 만큼 한때 시 주석의 경쟁자로 인식돼 왔다. 그는 당내 주요 권력계파로서 시 주석의 권력 독점을 견제할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대표주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시 주석이 집권한 이후 반부패운동을 통해 1인 권력을 강화하면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중심의 집단지도체제가 사실상 와해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리 총리에게는 임기 내내 ‘실권없는 총리’ ‘뒷방 늙은이’라는 꼬리표가 늘상 따라 다녔다.


그는 재임 기간 종종 "6억 명의 월수입은 겨우 1000위안(약 18만 8700원)밖에 안 되며, 1000위안으로는 집세를 내기조차 힘들다"며 중국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는 등 시 주석에 반기를 드는 듯한 소신 발언을 했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리 총리는 경제상황이 어려워질 때마다 전면에 등장해 ‘구원투수’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그가 가진 한계는 명확했다. 시 주석의 ‘절대 권력’을 결코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리 총리가 여러 정부부처를 도는 고별투어에서 환대를 받으며 경제개혁을 강조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인터넷에서 삭제되는 ‘탄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리 총리는 지난 2일 13기 국무원(정부) 임직원 전원과 국무원 청사인 중난하이(中南海) 북원에서 송별 사진을 촬영했다.


이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리 총리의 베이징대 동기인 변호사 타오징저우(陶景洲)의 트위터를 통해 펴졌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검열로 삭제됐다고 SCMP는 전했다. 촬영장에서 리 총리는 마지막 송별사로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人在做天在看)는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이 유비 사후 8번째 북벌을 앞두고 했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퇴장은 시 주석 1인 통치 시대의 도래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리커창 총리의 후임으로 내정된 리창(李强) 차기 총리는 오는 11일 전인대 대표 2948명의 표결로 확정된 뒤 13일 폐막일 내외신 기자회견으로 본격적인 총리 업무를 시작한다.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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