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환경③] 다회용기만 쓰면 끝?…‘겉핥기식 친환경’ 어떻게 넘어설까
입력 2023.03.07 11:13
수정 2023.03.04 14:14
지난해 먹거리존 다회용기 사용, 이동식 발전차 제로 등을 실천하며 친환경 축제의 롤모델을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던 춘천마임국제 이미영 사무국장은 “친환경 축제장 조성 사업 분야에 지원, 최종 선정돼 전기축전방식 발전기, 다회용기를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말 막대한 예산이 들더라”라고 친환경 축제의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해 ‘예산’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다수의 축제 관계자들이 공감하는 문제였다. 이 사무국장은 “전 국민의 탄소 중립 인식 및 실천은 미비한 수준이고 축제가 진행되는 공간 및 자연은 소중한 문화 자원임에도 한번 즐기고 마는 좋은 경치와 여가를 보내는 곳으로 치부된다. 쏟아붓는 쓰레기로 지구촌은 이미 자기 정화 능력을 초과해 병들어 가고 있다”라고 친환경 축제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축제에 적용 가능한 친환경 축제시스템을 개발하고 예산을 지원한다면 친환경 축제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탄소 중립 실현에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한 축제 기획사 관계자 또한 “사실 행사 자체만으로 이윤을 남기는 축제는 드물다. 대부분 지자체나 또는 기업체의 도움을 받아 열리게 된다. 지자체의 특별한 의지가 있지 않으면 예산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환경문제까지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은 물론, 축제 참여자 중 환경문제에 해박한 전문가가 없다는 점이 친환경 실천의 어려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 롤모델이 될 만한 축제를 찾아가기도 하면서 관심을 가지지만 사실 개인적인 노력으로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제대로 된 전문가가 있어 따라갈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고 싶어도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뮤직 페스티벌 제작사 비이피씨탄젠트 관계자는 “사실 모두가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방법에 대해서는 물론, 친환경에 초점 맞춘 축제를 기획하고도 ‘이게 맞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회용품을 자제하자,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러면 이 다회용기를 씻을 때 쓰는 세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부터 여러 문제들이 얽힌 것이지 않나”라면서 “환경 영향 평가를 비롯해 실제로 연구되고 있는 부분들이 전무하다. 이러한 것들이 전제되지 않으면, 겉핥기식의 친환경 축제들만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 또한 가이드라인 또는 전문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사회 전체의 인식을 함께 높이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좋겠지만 다만 환경도, 축제도 잘 아는 전문가가 필요할 것 같다. 축제를 직접 경험해보지 않는 전문가가 만드는 가이드라인이라면, 그 역시도 실천이 어려운 지침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환경문제, 특히 축제에서의 환경문제는 대두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부분도 있다. 이제 연구를 하고 있고,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 “다만 규제보다는 자생적으로 이를 실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축제에는 필요한 것 같다. 특히 시민의식이 함께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 축제에 참여하고, 또 직접 실천해야 하는 것은 관객들이다. 특히 그들이 목소리를 내주면 따라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환경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던 수원연극축제 관계자 또한 “친환경 축제를 위한 예산확보, 축제 기획을 위한 면밀한 검토, 시간 투자 및 홍보도 중요하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가장 뒷받침되어야 하는 부분은 친환경 축제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의식변화와 동참이라고 생각한다.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이 축제의 현장에서 환경 보호에 대한 노력과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여긴다”라고 참가자들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