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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서방의 인천 상륙작전’에 담긴 의미 [기자수첩-유통]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3.03.06 07:01
수정 2023.03.06 07:01

CDFG, 자금력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

중국발 매출 감소 불가피

정부의 지원 정책이 가른 중국-한국 면세점의 운명

이달 1일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여행객들이 오가고 있다.ⓒ뉴시스

새해 들어 국내 면세업계에 전운이 감돌고있다. 국내 면세산업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중국 관련 이슈가 원인이다.


지난 1월2일 우리 정부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 전후 코로나 검사 의무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이 문제가 해결 기미를 보이자 이번에는 중국 면세기업의 인천공항 입찰 참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면세산업은 보통 자국민 보다는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산업이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관광 산업이 비중이 높은 해외국가들은 면세점 입찰 시 자국 기업에 일종의 특혜를 주고 있다.


중국의 경우 국영면세점을 중심으로 운영하다 보니 외국기업이 현지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중국 기업과 합작투자로 법인을 설립해야 한다. 현재까지 100% 외국기업이 중국에서 면세점을 운영한 사례는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입찰 가격 비중이 40% 정도로 높은 편이다. 바꿔 말하면 자본력이 있으면 누구든 입찰에 참여해 면세사업권을 따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이번에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중국 CDFG(중국국영면세점그룹)는 1위로 급부상했다. 코로나 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스위스와 롯데, 신라 면세점이 1~3위를 차지했지만 2020년부터 CDFG가 줄곧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국내 면세산업은 매출이 감소하면서 체력이 떨어졌지만, ▲면세특구 지정 ▲면세 한도 상향 조정 ▲면세 품목 확대 등 파격적인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힘입어 CDFG는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글로벌 1위라는 한국 면세시장 매출의 70~80%는 중국으로부터 나온다. 사드 사태 이전까지는 중국 단체관광객이 주인공이었고 그 이후에는 중국 보따리상이 그 자리를 메웠다.


매출뿐만 아니라 실익도 중국의 차지였다.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송객수수료 규모는 작년 4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면세점에 관광객이나 보따리상을 데려올 경우 해당 여행사에 지급하는 일종의 리베이트로 코로나19 이전에는 1조원 미만이었다.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CDFG를 경계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CDFG가 사업권을 획득해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할 경우 연간 매출이 3조원에 달하는 인천공항에서 중국 관광객과 보따리상 매출 감소는 물론 향후 시내면세점에서도 같은 과정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 때는 높은 중국 의존도가 한국 면세산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만들어 줬지만 현재는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된 셈이다.


중국만 바라보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된 국내 면세기업들의 반성도 분명 필요하다. 당장의 실적을 위해 중국 여행사에 주는 송객수수료를 4조원으로 키운 것도, 일본‧동남아 등으로 매출을 다각화하지 못한 것도 국내 면세기업의 실수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이면에는 정부의 노력이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악재에도 규제 완화를 통해 세계 1위에 오른 중국 면세기업과 글로벌 면세시장 1위 자리를 뺏기고 자칫 안방마저 내줄 위기에 처한 한국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돈에는 국적이 없다.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도 엄연한 비즈니스의 영역이다. 그래서 정해진 법‧제도적 테두리 안에서 특정 외국기업에 대한 배척은 이뤄질 수 없다.


다만 동등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규제 완화 등 정부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임대료 지원이나 면세품 내수 판매 등 지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잠시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것과 산업 육성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의 결과는 엔데믹 이후 중국과 한국 면세점의 운명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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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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