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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자갈치 앞바다에 오염수…수산시장 불 꺼질 것”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3.03.02 11:01
수정 2023.03.04 18:27

전국 최대 규모 부산공동어시장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앞두고

막연한 불안감·정부 불신 가득

“방류 막는 것 이외 방법 없어”

지난달 28일 새벽 부산공동어시장 상인들이 고등어 경매를 위해 모여들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지난달 28일. 아직 어둠이 씻기지 않은 새벽 5시 30분. 국내 최대(상인들 말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 부산공동어시장에는 선원들과 경매사, 도매업자에 소매상인까지 많은 사람이 새벽을 열고 있었다. 막 도착한 배에서는 그물째 생선을 쏟아내는 모습도 보였다.


부산시 서구 남부민동에 위치한 부산공동어시장은 일 최대 3200t 위판 규모를 가진 어시장이다. 1963년 부산종합어시장에서 시작해 현재는 전국 수산물 30%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고등어 단일 어종만 놓고 보면 90%가 이곳을 거친다.


이날도 시장 바닥에는 셀 수 없을 만큼의 전갱이와 고등어, 방어 등 생선이 1㎡ 남짓한 나무 상자 수만 개에 담겨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선망 6척에 외끌이 2척이 들어왔습니다. 6시부터 경매가 시작되기 때문에 저희는 거래를 시작하기 전에 시료를 채취하기 위해 지금 바로 현장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석영민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부산지원 해양수산팀장은 시장 입구에서 현장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에게 당일 일정을 간략히 설명하고 자리를 옮겼다. 석 팀장 지시에 따라 시장으로 들어선 검사원들은 빠른 걸음으로 곳곳을 누볐다.


검사원들은 플라스틱 상자에 무작위로 고른 고등어와 방어, 전갱이를 따로 구분해 담았다. 이들 생선은 이날 수산물 방사능 오염 현황 조사용 시료로 쓸 것들이다. 검사원들은 플라스틱 상자 속 생선을 꺼내 무게를 잰 뒤 숫자와 기호가 적힌 플라스틱 가방으로 하나씩 옮겨 담았다.


생선들은 곧장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부산지원으로 옮겨져 ▲시료 접수 ▲1·2차 전처리 ▲무게 측정 ▲시료 정보 입력 ▲정밀 검사 ▲결과보고서 작성 등 일련의 방사능 검사를 거칠 예정이다.


“(어시장) 기둥에 표시된 숫자를 통해 이 어종이 어느 배에서 잡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건 ‘900 경회호’가 잡은 물고기입니다. 제주도와 부산, 남해 사이에서 잡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석 팀장 설명이다. 그는 방사능 오염 현황 조사를 목적으로 하는 수산물인 만큼 어디서 잡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부산지원 검사원들이 방사능 오염 검사를 위해 시료용 생선을 담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석 팀장 설명을 뒤로하고 시장 관계자 얘기를 듣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인터뷰 대상을 찾으려 고개를 돌리니 시장 구석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무리가 보였다. 명함을 꺼내면서 다가서자 그들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뭐 하는 사람들입니까?”


생선을 사러 온 것 같지 않은 차림의 사람들이 많은 카메라까지 대동하고 어시장을 돌아다니자 호기심이 생긴 모양이었다.


수산물 방사능 오염 현황 취재를 위해 방문했다고 설명하자 “정말 걱정”이라며 기다렸다는 듯 말을 쏟아냈다.


어시장에서 수산물을 옮겨주는 일을 한다는 유재영(68) 씨는 “안 그래도 그것(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때문에 모두 걱정이 많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유 씨는 “요즘 수산물 소비량이 많이 줄었다. 다른 시장에 가봐도 예전에는 나이든 사람들이 많이 사 먹었는데, 젊은 사람들은 수산물을 안 먹는다. 그런데 일본에서 오염수까지 방류한다고 하니 우리도 뭐 하나 사 먹으려 하면 ‘혹시’ 하는 마음이 든다”고 걱정했다.


유 씨 동료인 A 씨도 “(오염수 방류 관련 내용이) 뉴스에 날 때마다 사람들이 저러면 안 된다고 얘기하는데, 일본이 자기들 나라에서 자기들 마음대로 버리겠다는데 어떻게 하겠나”라며 “뾰족한 수가 없지 않나. 우린 그냥 걱정만 한다”고 거들었다.


이들은 해수와 수산물 방사능 오염 상황을 조사하는 정부 대응 방식에도 불만이 컸다. 또 다른 동료 B 씨는 방사능 오염 상황을 수시로, 신속하게 조사한다는 정부 설명에 “그거야 뻔한 소리 아닌가. 정부가 당연히 그래야지”라며 “내 생각에는 (오염수를) 뿌려놓고 뒤처리하는 건 힘들고, 애초에 못 뿌리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 씨도 “(방사능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닌데 (오염수를) 방류하고 나면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나”라며 “그게 돌고 돌아서 몇십 년이 가도 안 없어진다는데, 고기도 숨을 쉬고 그러는데 우리가 (수산물을) 먹으면 (방사능) 영향이 있지 않겠나”라고 B 씨 말에 맞장구를 쳤다.


유 씨는 “앞으로 수산업 자체가 걱정”이라며 “안 그래도 요즘은 수산물 생산량도 많이 줄고, 물고기 크기도 잔챙이만 나온다. 거기에 방사능 오염수까지 뿌린다고 하니 심각하게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부산지원 검사원들이 방사능 검사를 위해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가져온 생선을 손질하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경매 시간이 다가오자 채비를 하고 자리를 뜨려던 유 씨 일행은 “일단 일본 정부에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며 “오염수가 풀리면 우리 수산업계는 망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누가 원자력(방사능)에 오염된 생선을 먹겠는가. 지금 일본이 하는 짓을 아무도 안 말리고 있으니 분통이 터진다”며 이런 현실을 꼭 좀 알려달라고 기자에 당부했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실제 해양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 연구 결과도 이들에게는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그런 연구 결과를 이유로 정부가 원전 오염수 방류 피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특히 일본 정부에 대한 별다른 항의 없이 “우리 영해와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조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하는 정부를 신뢰하지 못했다.


취재진과 검사원들이 떠날 때까지 부산공동어시장 불빛은 꺼지지 않았다. 경매한 물건을 각자 차량으로 옮기는 일손도 여전히 분주했다. 바다와 맞닿은 곳에서는 크지 않은 배 한 척이 잡은 생선을 뭍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그물을 올렸다 내렸다 반복했다.


앞으로도 부산공동어시장 백열등 불빛이 영원히 빛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한국 수산업 생사가 결렸다는 시장 관계자 말이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내내 기자 귓전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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