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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중규제 압박, 삼성전자·SK하이닉스 체질개선 기회?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3.02.27 11:48
수정 2023.02.27 14:52

미국, 첨단 반도체 장비 中 반입 및 신규 투자 제한 노골화

수십 조 투자한 삼성·SK, 레거시 생산만으로는 수익 구조↓

'탈중국' 출구전략 목소리도…"기술 안보·높아진 생산비용 고려할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P/뉴시스

미국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중국 제재 수위를 높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첨단 반도체 장비 반입 제한' '중국 사업장 신규·추가 투자 축소' 등의 규제가 현실화되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다만 이 같은 K반도체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중국 철수'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갈수록 늘어나는 중국 내 생산비용과, 기술 보안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중국 외 지역으로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 수출 규제'로 노골화된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다양하게 고심하고 있다.


美의 지속적인 中 때리기…"첨단 반도체 장비 반입 및 신규 투자 제한"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 반도체 생산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강력한 수출통제를 실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일본·네덜란드까지 '중국 옥죄기' 행렬에 동참시켰다.


영향권에 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년 유예'를 받아 한숨을 돌리는가 했지만, 불과 4개월 만에 미 정부 고위 관계자가 현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은 23일(현지시간) 수출통제 1년 유예와 관련해 "앞으로 어떻게 할지 기업들과 협의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준에 한도(cap on level)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첨단 기술로 분류되는 제품 생산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수 십조원을 투자해 중국에 사업장을 운영중인 삼성과 SK로서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있어 최선의 시나리오는 최대한 오래 수출통제 유예 조치를 받아 정상적인 중국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을, 충칭에는 후공정 공장을 두고 있다. 다롄에는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 공장이 있다.


미국 테일러시 삼성전자 제2 파운드리 공장 부지.ⓒ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미국은 중국을 정조준한 보조금 정책도 마련했다. 미국 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장려를 위해 총 390억 달러(약 50조원) 규모의 보조금 신청을 28일부터 받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 보조금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보조금은 앞으로 10년간 중국 등 우려국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전제로 한다. 이 같은 미국의 중국 옥죄기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첨단 기술 투자를 원천 차단시켜 대중국 견제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들 규제를 종합하면 삼성과 SK는 범용(legacy) 반도체만 중국에서 생산·판매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첨단 설비 업그레이드 없이 저수익 제품을 계속 생산·판매한다는 것은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온 양사에 큰 손해다. 삼성은 누적 기준 시안 공장에 33조원, SK하이닉스는 25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층 노골화된 미국의 대중국 견제로 삼성과 SK 모두 대안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원진은 최근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의 투자 제한 조치에 대해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필수 설비는 예외로 인정하고, 법 시행에 앞서 유예 기간을 충분히 보장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부도 이달 초 입장문을 내고 "미 상무부와 기업간 협상에서 우리 기업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미측과 협의하며 업계를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K반도체에 위기? 적극적인 '탈중국'으로 전화위복 기회 마련해야


SK하이닉스가 개발한 낸드 238단.ⓒSK하이닉스

미·중 파워게임에 휩싸인 삼성·SK는 반도체 위기 상황에서 유예만 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전화위복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늘어나는 중국 내 생산비용 상승, 반도체 기술 안보 등을 고려하면 중국 외 지역으로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인건비·임대료 및 토지비용 상승 등으로 인한 중국 내 생산비용 증가를 부담요소로 꼽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중국진출기업 경영환경 실태조사' 보고서(2022년)에 따르면 반도체 등이 속한 전기전자업종은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30.8%)와 생산비용 상승(27.1%)을 가장 악화된 중국 내 환경 변화라고 인식하고 있다.


높아진 비용 부담에 전기전자업종, 자동차업종에 종사하는 주요 기업들은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로 인도,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거나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앞으로 현지 정부의 경제성장정책에 따라 잠재적으로 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기술 안보 측면에서 중국의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탈중국'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면초가에 놓인 중국이 현지에 투자한 해외 사업장들의 기술 탈취를 염두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비중이 40% 안팎인 삼성과 SK에게는 상당한 위험요소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의 대중국 제재 수위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에 있는 시설투자를 축소하는 것이 국내 업체들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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