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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만화방②] 퀴퀴한 담배 냄새는 잊어라…70년 역사 ‘만화방’의 변신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3.02.25 11:01
수정 2023.02.25 11:01

"영화 '슬램덩크' 개봉 후 만화방 손님도 증가"

술 마시고, 누워서 보는 만화방...이젠 복합문화공간으

퀴퀴한 색깔의 움푹 파인 가죽소파, 테이블마다 놓여진 재떨이와 육각형 모양의 성냥 곽, 세월의 흔적과 담배연기로 누렇게 뜬 벽지. 과거 버스터미널, 대학로, 시내 중심가에 넘쳐났던 만화방의 모습이다.


ⓒ뉴시스스

1950년대 처음 등장했던 만화방은 불과 10년 만에 전성기를 맞으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만화방의 형태를 갖췄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종일 만화방에 앉아 짜장면을 먹으며 만화책을 읽던 그 당시는 꿈의 공간이자, 추억의 공간이었다.


만화방은 1960년대에 들어 전국으로 확대됐다. 날마다 새로운 만화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야 말로 ‘만화방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당시 서점판매용 만화책이 서민가정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가였던 것도 만화방 시대가 급속히 진전된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당시 정부가 추진한 출판만화에 대한 사전심의로 작가들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면서, 판에 찍은 듯한 재미없는 만화책이 나오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의 보급과 인터넷의 발달로 만화방에서 PC방으로 놀이문화가 바뀌면서 본격적으로 만화방의 수요는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만화는 소비되고 있다.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흥행하고, 원작인 만화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만 봐도 만화에 대한 대중의 소비력은 아직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덕분에 최근 만화방을 찾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만화방을 운영 중인 A씨는 “‘슬램덩크’가 개봉한 이후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과거 만화방을 즐겼지만 잊고 살았던 사람들부터 만화방에 관심이 없다가 ‘슬램덩크’를 통해 관심을 갖게 된 손님들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와 달리 만화방은 이제 복합놀이공간으로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시스템은 전통적인 만화방과 큰 차이가 없지만, 더 다양하고 세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화카페’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다.


ⓒ이태원 그래픽

현재 운영 중인 만화방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각 사업체마다의 특색이 매우 도드라진다. 대표적으로 이태원에 위치한 ‘이태원 그래픽’은 ‘술 마시는 만화방’으로 유명하다. 맥주를 비롯해 위스키, 샴페인 등의 주류를 판매하고 성인 콘텐츠도 비치하고 있다. ‘이태원 그래픽’이 다루는 책의 종류도 다양하다. 1층부터 3층까지 세 개의 층으로 구성된 이곳에는 각 층마다 그래픽 노블·일반 만화책·아트북·잡지 등 다른 주제의 책들이 큐레이션 되어 있다. 절판된 도서는 물론 고가의 서적들도 감상할 수 있다.


시설이 좋진 않지만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만화와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연남동에서 터를 잡고 있는 ‘만화왕’은 평소 만화를 좋아하는 아내와 만화를 전공한 남편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다른 만화 카페처럼 토굴방, 좌식 좌석, 샤워실 등 눈길을 끄는 시설도 없고 공간도 크지 않지만, 아늑한 분위기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만화방이라는 특징 덕에 꾸준히 단골손님들이 찾고 있다.


이 같은 만화방의 변신은 타깃층의 변화로부터 시작됐다. 과거의 만화방과 현재 만화방의 가장 큰 차이는 타깃으로 삼는 이용자층이 다르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만화방은 중장년의 남성 손님을 대상으로 주로 영업하기에 매장 디자인이나 운영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만화 카페는 2~30대의 젊은 사람들을 주된 영업 대상으로 깔끔한 카페의 형태를 띠는 곳이 대부분이다.


만화방 운영자 B씨는 “최근 웹툰의 성장 등으로 인해 종이 만화책에 대한 관심은 더 줄어들 거라는 분석도 있지만 종이 만화책은 특유의 매력이 있다”면서 “시대에 따라 달라진 소비자들의 니즈에 따라 만화방도 카페의 형태를 띠고 복합문화공간으로서 활용되고 있는 추세지만, 동시에 과거의 추억까지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만화방”이라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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