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천화동인서 빼간 33억은 어디에?…행방 오리무중, 檢수사 성과 없어
입력 2023.02.15 09:05
수정 2023.02.15 09:14
검찰, 김만배 천화동인1호서 빼낸 인출액 총 490여억원 중 457여억원 용처 확인
김만배, 2019년 5월과 2020년 4월 33여억원 인출…환전상 5명 거쳐 현금화
대장동 초기 수사팀과 현 수사팀 모두 자금 흐름 파악에 별다른 성과 못 내
법조계 "자금 추적 안 되는 현금, 로비 용도 많아…물증 잡아야 돈 흐름 드러날 것"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대주주 김만배 씨가 천화동인1호에서 꺼내간 490여억원 중 33여억원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로 알려졌다. 절반 정도를 현금으로, 나머지를 수표로 받아 간 뒤 돈세탁 과정을 거친 탓에 자금 흐름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자금이 정관계 로비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추적해 왔으나, 김 씨가 관련 진술을 하지 않으며 수사 성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2019년 5월~2020년 11월 천화동인1호에서 7차례에 걸쳐 총 490억 2800만원을 인출했다고 한다. 이 돈은 회계상으로는 '장기 대여금'으로 처리됐다. 검찰은 이 '장기 대여금' 중 457여억원의 용처를 이미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67억원은 김 씨 등이 대장동 사업을 하며 천화동인1호에서 빌린 돈 중 만기가 돌아온 채무를 변제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152억원은 대장동 분양 대행업자 이모 씨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김 씨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최우향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에게도 20억원이 건네진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나머지 33여억원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 씨는 2019년 5월 천화동인1호에서 세 차례에 걸쳐 17억 2800만원을 수표로 인출했다고 한다. 이 돈은 5명의 환전상을 거쳐 현금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0년 4월 이후에도 15억 8450만원을 여러 차례에 걸쳐 5만원권 지폐로 인출했는데, 당시 은행 직원들이 "많은 현금을 이렇게 자주 찾아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했다고 한다.
2021년 11월 이 자금의 존재를 포착한 대장동 초기 수사팀과 현 수사팀 모두 자금 흐름 파악에 나섰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조선일보에 "자금 추적이 안 되는 현금은 로비 용도인 경우가 많다"며 "검찰이 김 씨 입만 쳐다볼 게 아니라 다른 관계자 진술이나 물증을 잡아야 돈 흐름이 드러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김만배 씨에 대해 14일 범죄 수익 은닉과 증거 인멸·은닉 교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 씨가 대장동 범죄 수익 340억원을 은닉하고, 대장동 사건 증거가 저장된 휴대전화를 불태우라고 다른 사람에게 지시했다고 의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