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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통합 ②] "우리가 어떻게 같은 자격의 교사인가?"…통일보다 힘든 '교사통합'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입력 2023.02.15 05:06
수정 2023.02.15 05:06

자격 취득 까다로운 유치원 교사…2년제 이상 대학 및 유아교육 관련 학과 졸업, 국공립은 임용고시도

어린이집 교사, 보육교사 3급이면 자격 주어져…고졸 이상 학력+관련 교육과정 수료

유치원 교사 "비하는 아니지만 요건 갖추기 쉬운 어린이집 교사들과 같은 대우? 박탈감 엄청날 것"

어린이집 원장 "정부가 이미 차이 벌려놓고 차별…나중에 교사통합 되면 파벌만 생길 것"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전경.ⓒ연합뉴스

교육부가 유보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유보(유아교육+보육)통합'을 본격 추진하고 있지만 산적한 과제도 만만치 않다. 교육 현장에서는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집 교사 간의 전문성 차이와 통합기관 탄생 이후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들의 처우 문제를 가장 큰 난관으로 꼽고 있다.


교육계에는 "통일보다 힘든 일이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1990년대 중후반 김영삼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모든 정부가 유보통합을 고민해 왔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육현장에서 꼽는 최대 과제는 '교사통합' 문제다. 유보통합은 유아교육을 담당하는 유치원과 보육을 담당하는 어린이집을 통합해서 돌봄과 교육이 하나가 된 교육기관을 내놓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양 기관에서 근무하는 교사들도 통합기관에서 같은 자격을 갖고 근무하게 된다. 문제는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집 교사의 자격 기준에 상이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유치원은 교육기관의 일종으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 관할한다. 이 때문에 유치원 교사는 자격 요건도 까다롭다. 2년제 이상의 대학에서 유아교육 관련 학과를 졸업해야 하고 유치원 정교사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국공립 유치원 교사가 되려면 임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반면 사회복지시설로 분류되는 어린이집의 교사 자격증은 보다 따기 수월한 편이다. 어린이집 교사는 보육교사 3급 자격증을 따면 된다. 보육교사 3급은 고졸 이상의 학력과 관련 교육훈련기관에서 교육과정을 수료하면 된다.


유치원 교사의 자격 요건이 더 까다로운 만큼 어린이집 교사와 비교해 처우도 더 나은 편이다. 2017년 전국 유아교육 실태조사에서 국공립 유치원 초임 교사 보수는 224만6000원이다. 반면 2018년 기준 국공립 어린이집 초임 교사 보수는 203만1000원으로, 1년 간의 기간 차이가 있었음에도 21만 5000원의 임금 차이가 있었다.


이 때문에 통합기관이 탄생하면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집 교사의 처우도 통일해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어린이집 내부 모습ⓒ연합뉴스

지방의 한 유치원에서 6년째 근무 중인 A(32) 씨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해 유치원 정교사 2급 자격증을 땄다"며 "지금은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 1급을 따기 위해 자격연수도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보통합으로 비교적 요건을 갖추기 쉬운 어린이집 교사 분들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되면 엄청난 박탈감이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역시 "유치원 교육 여건을 개악하거나 유치원 교사의 자격과 처우를 저하시키는 방안이 졸속으로 추진돼선 안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어린이집 교사들도 유보통합이 달갑지만은 않다. 민간 어린이집 원장 B(59) 씨는 "'예산 6000억원을 투입해 어린이집 교사의 수준을 유치원 교사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정부가 공공연하게 강조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추진 단계에서부터 양측의 차이를 이미 벌려놓고 '수준'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차별한다면, 나중에 교사통합이 됐을 때 어린이집 출신과 유치원 출신으로 파벌이 갈려 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소영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집 교사 양측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며 "교사통합으로 어린이집 교사의 처우 개선이 이뤄진다면 유치원 교사가 봤을 때도 납득이 가도록 그 기준과 조건을 까다롭게 해야하고, 어린이집 교사들에게도 까다로워진 조건만큼 납득이 가는 처우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결국 유보통합이라는 개혁의 과정에서 나오는 불만의 목소리를 교육부가 얼마나 공정하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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