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대영 前KBS 사장 해임 취소해야…문재인 결정 위법"
입력 2023.02.09 16:44
수정 2023.02.09 16:51
재판부 "피고, 야권 성향 이사 위법하게 해임해 KBS 이사회 구성 변경"
"위법한 이사 해임 없었으면 고대영 해임 제청 이뤄졌으리라 단정 못해"
"공사 신뢰도 추락, 고대영에 일부 책임 있지만…해임할 수준 아냐"
"파업 사태 초래했다는 징계 사유…적법한 쟁의 사유라고 볼 수 없어"
법원이 2018년 고대영 전 KBS 사장을 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결정이 위법하다며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함상훈 권순열 표현덕 부장판사)는 고 전 사장이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단을 뒤집고 "피고가 2018년 1월 23일 원고에 대하여 한 해임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선 이 사건 해임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당시 야권 성향 이사(강규형 전 KBS 이사)를 위법하게 해임해 KBS 이사회의 구성을 변경했다"며 "이 같은 위법한 이사 해임이 없었다면 (고 전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강 전 이사는 고 전 사장보다 앞선 2017년 12월 업무추진비 유용 등의 이유로 해임됐다. 대법원은 2021년 9월 강 전 이사의 해임이 위법하다며 취소했다.
재판부는 고 전 사장에 대한 8가지 해임 사유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공사의 신뢰도·영향력이 추락하고 방통위 심사에서 조건부 재허가 판정을 받은 것은 고 전 사장에게 일부 책임은 있으나, 해임할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파업 사태를 초래했다는 징계 사유는 "당시 파업의 주된 목적이 원고의 해임이었는 바, 이는 적법한 쟁의 사유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졸속 조직개편', '인사 처분 남발' 등 사유는 고 전 사장의 책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고 전 사장은 선고 직후 "올바른 판단을 내려준 재판부에 고맙게 생각한다"며 "KBS가 다시 공영방송으로서 제자리를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 전 사장을 대리한 이성희 변호사는 "민사소송뿐 아니라 문 전 대통령과 방통위 위원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고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BS 이사회는 2018년 1월 22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임기 종료 10개월을 앞둔 고 전 사장의 해임 제청안을 의결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다음 날 곧바로 해임 제청안을 재가했다.
고 전 사장은 해임 처분의 효력을 임시로 멈춰달라며 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본안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해임 사유 8개 중 5개가 인정된다며 해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